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K-방역에 대한 자부심 속엔 빛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돌봄노동자들이 있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돌봄은 계속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돌봄노동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돌봄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해고, 돌봄 0순위, 위기 속 여성노동자.”

지난 18일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날을 맞이하여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위기로 해고 위기에 돌봄 부담까지 겹쳐 이중 고초를 겪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생생한 발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여성노동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취약한 여성노동자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인천의 한 대학교에서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학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이유로 8월까지 5개월 동안 근로시간을 반으로 나누어 청소하라고 했다. 정규직과 남성 비정규직은 모두 정상 출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장기요양 재가센터에서 일했던 요양보호사는 이용자 가족이 코로나19 감염위험으로부터 어르신을 보호하기 위해 당분간 가족 돌봄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오지 말라고 했다. 그날로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코로나19 위기 여파의 충격은 여성에게 가혹하게 다가왔다. 학교와 어린이집의 개학연기로 돌봄의 부담이 커졌고, 보건사회분야 노동자의 70%에 달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 취약한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는 여성노동자들은 강제휴업과 해고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두 달 안에 경험하게 된 것이다.

매달 발표되는 고용통계로 본 인천 여성취업자는 3월 전년도 기준 5.7%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p가 상승했으나 남성실업률은 0.4%p 감소되었다. 4월 고용통계는 전년도 대비 취업남성은 1만3000명이 감소한 반면 여성취업은 2만5000명이나 감소되었다. 여성은 대부분 요양, 돌봄, 급식, 청소, 서비스 분야이며 특히 교육서비스 종사자의 고용감소율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은 직장에서의 강제휴직과 해고, 생계위협과 가정의 돌봄 등 이중 삼중의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모두에게 부각된 것이 돌봄이었다. 누군가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누군가는 확진자의 완쾌를 위해, 누군가는 감염위험으로부터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 병원에서, 시설에서 돌봄을 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라는 재난과 맞서 싸우고 있다. 잠시 멈춤이 불가능한 것이 돌봄임을 확인했다.

돌봄노동의 90%가 여성이다. 돌봄은 삶과 생명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임에도 이 역할을 담당하는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고 보호장구 없이 환자를 돌보던 간병사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회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상회복을 경제회복과 동일시하며 최우선 과제라고도 한다. 전 국민에게 지원된 재난지원금 또한 소비를 촉진해 경제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활성화가 일상회복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K-방역에 대한 자부심 속엔 빛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돌봄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돌봄은 계속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돌봄노동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돌봄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위기를 넘어 사회가 건강하게 재생산될 수 있도록 생태계 회복, 생명, 안전, 돌봄 등의 과정에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은 생명을 돌보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재난 속에서도 잠시도 멈출 수 없었던 돌봄노동, 이제는 개인의 희생에 기대지 않고 사회가 책임지며 평등한 관계 속에서 온전한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