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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69.기억 記憶
[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69.기억 記憶
  • 인천일보
  • 승인 2020.05.20 19:23
  • 수정 2020.07.3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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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18분, 광주 시계탑은 잊지 않고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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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憶(생각할 억)에는 영혼 혼인식을 이룬 두 사람의 심장( +心)이 들어있다. /그림=소헌

“당신은 마흔 살에 백마부대 29연대장으로 베트남에 참전 후 제1공수특전단장을 지냈으며, 대통령 경호실에서 일했고 제1사단장을 지낸 후 보안사령관이 되었소. 1979년 12월12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 직위로 12·12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왕초 노릇을 했소.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기억하기 힘들겠지만 5·18민주화운동을 강제로 진압하고 정권을 잡았던 것이오. 그해 8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서 단독 후보로 출마하여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선투표에서 99.4% 찬성이라는 절대적인 인기를 얻으며 제11대 대통령이 되었소. 지금은 알츠하이머를 앓아 기억記憶을 못한다 하니 대신 일러 준 것이오.”

 

시탑기억(時塔記憶) 시계탑은 기억한다. 옛 전남도청 앞에는 5·18민중항쟁의 고난을 지켜본 시계탑이 서 있다. 그때 독일 기자가 쓴 ‘시계탑은 알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후 신군부는 한밤중에 시계탑을 몰래 옮겼다. (동화 ‘비단 도둑’이 생각난다. 비단장수가 정승 옆에서 낮잠을 자다가 비단을 도둑맞았는데, 사또가 정승을 잡아다 곤장을 쳐서 도둑을 잡은 이야기.) 이후 2015년 시민들에 의해 복원되었다. 매일 오후 5시18분이 되면 탑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려준다. 여기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 기억하고 싶은 곳이다.

 

기 [기록하다 / 기억하다]

 

①言(언)은 형벌을 가하는 송곳(辛신.변형)을 입(口구)에 대고 고문을 가하면 말을 한다는 뜻이다. 또는 나발을 부는 모습으로도 본다.

②己(몸 기)는 사람(弓궁)이 허리를 굽힌 겸손한 모습으로 변한 글자다. 己(기)는 ‘자기’를 뜻하며 人(인)은 ‘다른 사람’을 뜻한다.

③記(기)는 붓으로 글(言)을 쓸 때는 몸(己)을 굽혀야 하고, 송곳(言)으로 몸(己)에 새겨 잊지 말라는 것이다.

 

억 [생각하다 / 기억하다]

 

①音(소리 음)은 원래 말(言언)과 통용되었다. 좋은 말은 귀에 쓰고 맵다(辛신). 해(日)가 뜨면 얼른 일어나라고(立) 알람 음악(音)이 울린다.

②意(뜻 의)는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音)가 무슨 뜻인지 마음(心)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바르게 서서(立) 밝은(日) 마음(心)으로 큰 뜻을 품는 것이다.

③憶(생각할 억)은 사람의 뜻(意)과 생각은 마음(_)에서 나온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한 마음(_+心)이 둘 있는 글자다.

④憶(억)에는 두 사람의 심장이 들어가 있다. 5·18의 상징이 된 윤상원과 박기순의 심장이다. 영혼 혼인식을 통해 두 개의 심장이 하나가 되었다.

 

 

 

제5공화국 때 지어진 청남대靑南臺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 한다. 대청댐 부근 약 55만 평에 이르는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사용했는데, 2003년 개방되기까지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충청북도는 이곳에 세워진 전두환·노태우씨의 동상 및 기념물을 철거하기로 하였다. 법률상 예우가 박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5월 주먹밥’은 민주항쟁 당시 실천했던 나눔의 가치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5월이 되면 시민들이 함께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데서 비롯한다. 매서운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민중의 자유와 통일을 향한 외침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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