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80만원 줬다. 칠십 평생 살면서 나라에서 돈 받아본 건 처음이다.” 며칠 전 고향에서 어머니가 전했다. “그런데 우리 시골에서 10만원을 더 줬다. 이게 무슨 일이래.”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수령한 지원금은 3인 가족 기준 80만원과 기초자치단체 지원금 10만원을 더해 90만원이다.

여쭸다. 그 돈으로 뭐하실 거냐고. “손주 녀석 맛난 것도 사주고, 밭에 심을 나무도 구입하고, 아버지 안경도 새로 하련다.” 평소 지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평소 사고 싶었던 것 드시고 싶은 것, 마음껏 쓰시라고 전했다. 그랬더니, “이거 나중에 우리 손주가 다시 갚아야 하는 것 아냐”라며 걱정한다. 그래서 “칠십 평생 사시며 나라에 주기만 했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괜찮다. 기업체들도 어려우면 나라에서 돈 준다. 그거랑 다르지 않다. 걱정 마시고 쓰시라”고 말을 건냈다.

내가 뿌리 내린 인천은 어떨까.

지난 3월 말 인천시가 긴급재난지원금 안을 내놨다.

지원금 규모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그 방안을 심의·의결해야 할 인천시의회마저도 시가 먼저 발표한 다음에야 전달받았다. “이렇게 했으니 따라오라”는 식이다. 하루만에 시 긴급재난지원금 방안이 1회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 안은 지급은커녕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가 확정되자 슬그머니 시 지원안이 정부 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루가 급한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며, 중하위계층 시민과 소상공인은 살얼음판의 삶을 연명했다. 옆 동네 경기도 부천시가 정부 기금에 지역 기금까지 얹어주고, 고양시도 마찬가진데, 인천은 왜 늦느냐며 시 누리집은 시민 원성으로 폭발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거다.

인천시가 두번째 추경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못한 축제성·일회성 경비 등을 삭감해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증액시킨다는 것이다.

“건조한 숫자에도 감정이 숨어 있다”며 시 재정을 가르치던 선배의 조언이 떠오른다. 더 많이 주고 싶지만, 여력이 안 돼 이것밖에 못 주는 미안함을 시 예산서의 행간에서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기에 이번에는 시 지원금에 허탈했던 시민을 달래고, 반복되고 중복되더라도 코로나19 경제 상황을 극복해 지역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2회 추경의 숫자가 기다려진다.

대공황, 되돌릴 수 없는 일상에 직면한 상황에 코로나19 이후로 떠오른 재미(fun), 건강(fitness), 가족(family), 경제적 안정(economic freedom), 신뢰(faith) 등 5F를 위해 무얼, 어떻게 시민에게 전달할지 지켜보겠다.

 

이주영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