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비리가 양파껍질처럼 끝이 없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집에서도 이에 못지않는 후원금 사용 의혹이 불거져 나와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복지와 치료 등에 써달라는 시민들의 후원금을 정작 자신들의 자산을 불리는 데 주로 썼다는 내용이다. 아직은 일부 직원들의 내부 고발 수준이지만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의 기부•후원 문화까지 뒤흔들릴까 우려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그 분들이 어떤 이들인가. 못난 위정자들과 입만 살아있던 지배계층을 만난 불행으로 치욕의 역사를 견뎌낸 역사의 산 증인들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분들을 빙자해 선의의 손길을 벌리고서는 뒤로는 딴 속을 차렸다니 왜들 이러는가.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은 1992년 불교계 지원을 받아 서울 마포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가 1995년 경기도 광주시 퇴촌에 자리 잡았다. 현재 고령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 지원 단체로 꼽힌다. 그런데 이 곳 직원 7명이 지난 3월 국민신문고에 '나눔의집에서 후원금을 건물 증축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의 경우 시민들 6000여명이 할머니들을 위해 내놓은 후원금 25억원 중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들 직원들은 지난 19일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막대한 후원금을 받았으나 거주지를 제공하는 일 외에는 특별한 치료나 복지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할머니 한 분이 침대에서 떨어져 다쳤으나 나눔의집 운영진이 외면해 병원비 등을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부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운영진은 후원금은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 기념, 추모사업에만 쓰였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경기도가 지난 주 3일간의 특별지도점검을 벌인 뒤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광주 나눔의집 운영실태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서슴없이 주머니돈을 건넨 시민들을 위해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