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모습 그대로…이 녹청자 가마터선 당신도 '고려도공'
 ▲ 박물관 전경

 

청자보다 색 짙고 표면 고르지 않지만

음식·저장용기로 흔히 쓰였던 '녹청자'

변천사 볼 수 있는 전국 유일 박물관

1965년 최초 발굴 '경서동 가마터' 재현

현대도예공모 수상작 전시·체험까지

 

1965년 인천 서구 경서동 일대, 낮은 구릉을 이루던 이곳에서 10~11세기 고려시대 제작된 가마터가 발굴됐다.

이 가마에서 만든 것은 녹청자였다. 고려청자보다 갈색이 짙고 표면이 고르지 못한 녹청자는 양반들보다는 중산층, 장식용보다는 실용을 위해 구워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는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녹청자를 보존하려고 2002년 녹청자도요지 사료관을 건립했다. 이후 2010년 지금의 녹청자박물관 자리로 사료관을 옮겨 새롭게 박물관을 개관했다. 2012년엔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하면서 전국 유일의 녹청자 박물관이자 인천 유일 도자기 전문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서동 녹청자의 발견

▲ 녹청자발
▲ 녹청자발

 

녹청자박물관의 주요 유물인 녹청자는 거친 태토(胎土) 위에 녹갈색의 유약을 발라 구워낸 고려시대의 도자기다. 녹청자가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1965년 12월부터 1966년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인천시립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인천 서구 경서동 녹청자 요지(窯址)의 합동 발굴조사를 하면서 부터였다.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고(故) 최순우 선생이 지은 <고고미술(考古美術)>에 녹청자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경서동 녹청자요지는 해방 이후 순수 국내학자들에 의해 맨 처음 발굴 조사된 기념비적 유적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은 대부분 대접, 접시, 병, 호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담거나 저장하는 용도의 그릇들이다.

 

#고려시대 도자기를 한눈에

▲ 기획전시실

 

녹청자박물관은 역사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분돼 있다.

역사전시실은 고려시대의 도자기인 녹청자를 중심으로 도자기의 태동부터 근대까지 흐름과 시대별 대표 도자기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최초 발굴되었던 가마터(요지)의 모습을 재현해 그 시대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교육 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2004년부터 시작한 '대한민국 현대도예공모전' 수상작품과 인천지역 도예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역사전시실에 전시된 도자유물과 현대도예작품을 비교하며 현대도예작품의 기술 발달과 예술성 등을 살펴보는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관람객들에게 우리 전통 도자기 유물을 좀 더 다양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작은 기획전 '이야기가 있는 작은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야외전시장과 중정에는 단국대학교 예술대 학장을 지냈던 이부웅 교수와 김창수 관장이 기증한 200여점이 넘는 옹기를 통해 인천 서구 서곶 지역 옹기의 역사와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흙 그릇에 마음을 담다

▲ 겨울방학특강 '나만의 도자기' 체험·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 겨울방학특강 '나만의 도자기' 체험·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녹청자박물관에는 전시공간 이외에도 일일체험실과 정규반 강의실이 있다.

이곳에서 전문가의 지도를 통해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연친화적인 흙을 사용하는 도자기 체험프로그램은 어린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감성적 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이 함께 도자기를 만들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또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도예정규교육과정은 즐거운 취미생활은 물론 매년 과정 수료 후 작품 발표회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도예가로 입문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밖에 녹청자 축제, 가족 역사문화프로그램, 진로체험 등 다양한 문화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휴식처

▲ 고려시대 전통가마 재현한 모습. 이곳에서 만든 녹청자들이 전시돼 있다.
▲ 고려시대 전통가마 재현한 모습. 이곳에서 만든 녹청자들이 전시돼 있다.

 

야외체험마당에는 관람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 가마가 설치돼 있어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옛 방식대로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의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도록 '전통 가마 불 지피기 행사'도 열린다.

또 관람객이 박물관 전시관람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북카페가 마련됐으며 이곳에서는 책을 읽으며 박물관에서 직접 제작한 도예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창수 녹청자박물관장

▲ 김창수 녹청자박물관장
▲ 김창수 녹청자박물관장

 

김창수 녹청자박물관장은 이 박물관과 인연이 깊다. 그의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항아리 30점을 2012년 박물관이 이전 개관할 당시 기증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 서구 지역에 의미 있는 박물관이 생긴다는 말에 기증했습니다. 100년이 넘은 항아리라서 박물관에서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곳에 관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

관장 채용공고에 응모에 지난해 말 취임한 김 관장은 주민들에게 박물관을 널리 알리고 입지를 다지는데 힘을 쏟고 있다.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서구지역에 역사적·문화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죠.”

김 관장은 녹청자 유물과 도자기의 제작과정을 보는 것뿐 아니라 도자기를 체계적으로 배우도록 준비한 도예정규교육과정과 직접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도예 체험과정 역시 박물관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개인과 단체 방문객이 도자기 컵과 그릇 등을 만드는 체험 학습이 인기가 높다.

“연간 5만명 정도 서구 녹청자박물관을 오십니다. 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용이 알차고 녹청자라는 이색 문화유산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어요.”

그는 앞으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녹청자박물관이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열악한 서구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사진제공=녹청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