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산업화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립박물관 전시장.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1957년부터 시작했다. 한때 TV로 생중계했고 당선 카퍼레이드를 벌일 만큼 인기 있는 이벤트였다. 2000년대 접어들자 여성단체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여성의 성 상품화를 노골화한다며 이 대회 개최를 강하게 반대했다. 주최 측은 이를 의식해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수영복 심사를 행사 전날 실내 수영장에서 치렀고 지역의 종합복지회관 강당에 본 행사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예순네 번째를 맞는다. 코로나(corona)는 '왕관'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이른바 '미의 여왕'에게 씌어주는 왕관 대관식은 올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오래전 개최된 또 다른 '미인 대회'가 있었다. 동구 만석동의 동일방직에서 1960~70년대에 개최한 '미스 동일' 선발대회였다. 회사 측은 노무관리의 한 방편으로 창립 기념일을 겸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선발 기준, 포상금 등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스 동일'을 뽑는 날 회사는 물론 주변 동네까지 들썩거렸다. 분임조별, 기숙사 층별 등 자신이 속한 그룹의 대표를 '미스 동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몇 날 며칠 동안 '전략'을 짜며 함께 웃고 울었을 것이다. 그들이 겪었을 고단함과 단조로움을 그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일이었다.

최근 인천시립박물관은 해방 이후 인천 산업화 시절의 자료를 상설 전시하는 작업을 마쳤다. 그 속에 '미스 동일' 선발대회 사진이 걸렸다. 산업화 시절 진정한 5월의 여왕 '메이퀸'은 수영복 대신 작업복을 입었던 바로 그들이었다. 당시 동일방직에 근무한 모든 여성 노동자들의 머리 위에 뒤늦게나마 '왕관' 하나씩을 얹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