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오주영 작가 '주사위 게임' 올해 첫 전시

과학적 방법 불완전함 미디어아트 표현
시각디자인·공학 융합 작품관 평단 호평
▲ 오주영 '쥐들에게 희망을'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마련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의 올해 첫 전시로, 오주영 작가의 '주사위 게임' 전을 19일 오픈한다.

오는 7월19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주사위 게임'은 현대인들의 과학에 대한 맹목적 신뢰에 대해 과학이 우리의 기대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점을 작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과학자의 연구와 실험이 목표하는 결론에 다가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확률적 모험'이라고 보고 이를 '주사위 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의도와 관계없이 기울어진 바닥에 던져진 주사위는 때때로 잘못된 결과물로 나타나는데 이를 '과학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주영 작가의 신작 '쥐들에게 희망을'이 공개된다. '쥐들에게 희망을'은 연구자 'P'가 겪은 실패의 기록을 바탕으로 비디오 게임을 구성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과학적인 진실들이 딛고 서있는 불완전함에 대해 상기한다. 또 다른 작품 '버스 마크(birth mark)'에서는 동명의 단편소설에서와 같이 과학적 방법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의 영역이 있음을 암시한 비디오 영상이다.

작가 오주영은 인공 인지 모델을 활용한 연구와 작품활동을 해 온 연구자 겸 작가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시각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라는 두 가지 학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을 발전시키고 있다. 학자의 시각에서 인간의 시각 인지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인공 인지 모델의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의 한계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왔다. 특히 가장 객관적인 사실을 다룬다고 여겨지는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개인의 정체성과 사유의 방식을 다루는 일에 관심이 있다.

오주영 작가는 기술과 예술의 접점에선 작업으로 이응노 미술관 아트랩(2017)과 서울문화재단 다빈치 크리에이티브(2019) 등에서 참여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BR41N.IO 디자이너스 해커톤에서 착용형 EEG 헤드셋에 대한 구상으로 대상인 IEEE Brain Prize를 수상했다.

한편, 올해 '랜덤 엑세스 프로젝트'에는 오주영, 신승렬, 함혜경 등 3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