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이어 이번에는 후원금 논란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속을 만큼 속았고, 후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른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는 "후원금 전달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다"며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러면서도 사용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여론이 안좋다.

국세청에 공시된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활용실적 명세서를 보면 지난해는 후원금 중 2.9%, 2018년에는 4.1%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에 사용됐다. 의혹을 받을 만하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됐던 이 단체의 정체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케이블TV에서는 아프리카 아동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4개에 달하는 자선단체들은 한 달에 1만~3만원을 후원하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동들을 구할 수 있다며 손을 내민다. 정수된 물을 보내자는 캠페인도 있다. 유명 연예인이 아프리카에서 직접 아이들을 돌보는 장면이 방영돼 신뢰성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와 채널을 돌리면 다른 채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어떨 때는 스토커 수준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대학생 때부터 2만원을 후원한 아들은 기부금의 상당액이 광고비로 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후원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들 자선단체 가운데 기부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단체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배우 고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로 언론에 등장해 주목받은 윤지오씨도 후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증언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지상의 빛'을 만든다며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후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된 뒤 캐나다로 출국했다.

사안이 무엇이든 선뜻 기부하기란 쉽지 않다. 기부자 가운데 상당수는 돈벌이 수준이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한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후원금은 본래 목적대로 쓰여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속된 말로 떡고물을 챙기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시 후원할 마음이 생기고, '기부문화'라는 거창한 말도 정착된다.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사용됐을까 라는 의구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후원이 꺼려지기 마련이다. 기부금이 눈먼 돈처럼 여겨져서는 안된다. 약자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거나 초심을 잃어버린 일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