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값 댈 수 없자 100여 마리 '고향 앞으로'…"기쁨의 소리 내고 아이들과 물장난"

 

▲ [코끼리 구조재단 제공/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관광객 급감이 태국 관광 산업에 '묶여있던' 코끼리 중 일부를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7일 AP 통신에 따르면 북부 치앙마이주에서 활동하는 '코끼리 구조재단'은 관광객 급감으로 막대한 먹잇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코끼리 공원 또는 보호구역 측과 협력해 코끼리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유명 관광 시설에서 코끼리들이 학대에 시달려왔다고 생각하는 재단은 코끼리들을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공동체에서 마을 주민들과 나란히 살아갈 수 있는 곳에 정착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 [코끼리 구조재단 제공/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태국 코끼리들이 겪는 상황은 심각하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단체인 '세계동물보호'는 2천마리에 달하는 코끼리들이 관광 시설이나 보호소 운영자들이 먹이를 줄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 굶주림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코끼리는 하루 300㎏의 먹이를 먹어치우는 '대식가'다.

지금까지는 자신들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낸 돈으로 먹이를 얻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이 없어지다시피 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코끼리 구조재단'은 이에 따라 지난달 이후로 치앙마이 전역에서 코끼리 100마리 이상을 고향인 매챔으로 데리고 갔다.

매챔은 소수 민족인 카렌족 마을이 있는 곳으로 전통적 방식으로 코끼리와 함께 더불어 생활하는 곳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재단 설립자인 생두언 차일럿은 코끼리들을 고향으로 데려가는 이 프로젝트는 코끼리 시설 운영자들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다고 전했다.

▲ [코끼리 구조재단 제공/AP=연합뉴스]

 

아내의 고향인 매참의 반 후아이 봉 마을에서 코끼리 네 마리를 데려와 치앙마이 매왕 지역에서 조그만 코끼리 공원을 운영하던 사둣디 세리체위도 코로나 사태 이후 결국 코끼리들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임대 비용에다 코끼리 조련사 임금 그리고 하루 300㎏의 풀과 야채를 먹는 코끼리 먹잇값까지 매달 20만 밧(약 760만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소규모 코끼리 공원 주인들도 설득해서 코끼리들을 카렌족 마을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트럭에 태워 보낼 돈도 없었기에 매참까지 150㎞ 정도 걸리는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이들은 코끼리 11마리와 함께 길을 떠나 때로 언덕을 넘고 비포장 길을 지나 4일 목적지인 반 후아이 봉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온 코끼리들을 환영하는 파티도 열었다.

사둣디는 통신에 "이 코끼리들은 20년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고향에 도착했을 때 매우 기쁜 것처럼 보였다"면서 "행복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마을 옆 개울로 달려가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코끼리 축제로 유명한 동북부 수린주에서도 코끼리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수백 마리 코끼리들의 고향인 타 뚬 지역에서도 지난달 40여 마리의 코끼리들이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재단 설립자 생두언은 통신에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서 "이 사태로 실직한 코끼리들이 먹을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