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2일 WHO(세계보건기구)의 펜데믹 선언 이후 전 세계가 코로나19 쇼크에 맞닥뜨렸다. 전 세계 주가는 매일 요동치고 실업률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들은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와의 길고 긴 고투를 예감하게 한다. 이 와중에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역정책은 세계적 모범사례로 박수를 받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역 차단이나 국가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과 의료진, 강력한 정보기술(IT) 기반은 한국이 폐쇄 조치 없이 코로나19의 방역모범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천 또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관문도시임에도, 인천 거주 해외입국자 전수조사와 자가격리자 대상 공무원 밀접전담제 등 선제적인 방역조치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코로나19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본 의원은 방역 분야에서의 선제적인 모범국가 이면에 선제적이지 못했던 코로나19 대응 사회보장체계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환경오염, 산업재해, 실직 등과 같이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적 위험이 발생했다. 이런 사회적 위험은 과거 개인적인 차원에서 다뤄졌던 문제들이 장기적이고, 대규모로 발생함에 따라 정부 개입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제도,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와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해왔으며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복지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자료를 살펴보면 일시휴직자는 사상 최대치인 1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64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지표이다. 이러한 실직 공포와 경제 위기는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위험이다.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사회보장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일 만에 지원금을 지급했다. 빠른 지원을 위해 각종 증빙서류들은 생략하고, 추후에 점검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복지 선진국들의 긴급지원 정책은 `선 지급 후 처리' 기조를 띠고 있다. 지급 대상과 수단, 재원에 대한 협의점을 찾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 한국과 상반된 모습이다.

제도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들이 있고 수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사회보장제도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바로 시의적절한 지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 대응은 그 어느 국가보다 선제적이었지만, 사회 안전망으로서 국내 사회보장제도의 수준은 국민의 경제적 피해 상황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보호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사적인 정치·경제적 구조에 따른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에서의 사회보장제도는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한계를 마주하게끔 했다. 어느 정책이나 제도든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이 전제돼야 하며,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는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합의와 공감에 대한 논의점을 갖게 했다. 당장의 급한 불은 꺼야 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점검하고, 혹시나 다시 접할 수 있는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모범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