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어 (Mugil cephalus), 제주, 2003년 7월6일.
▲ 숭어 (Mugil cephalus), 제주, 2003년 7월6일.

 

우리나라 서해에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아마존의 초록 울창한 밀림은 지구의 허파요, 잿빛 광활한 갯벌은 바다의 콩팥이라 부르기도 한다. 갯벌이 품고 있는 뛰어난 자연정화능력 때문이다. 물고기 중에서도 갯벌이 중요한 삶의 터전인 종류가 몇몇 있다. 가끔 수면 위로 뛰어올라 사람 사는 세상을 엿보는 물고기, 숭어를 만나보자.

숭어는 분류학적으로 숭어목 숭어과에 속한다. 크기가 보통 50cm 정도이며, 다 자라면 1m가 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숭어를 포함해 가숭어, 등줄숭어, 큰비늘숭어, 솔잎숭어, 초승꼬리숭어, 넓적꼬리숭어 등 모두 7종이 살고 있다. 그 중 동·서·남해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이 바로 숭어다.

방추형의 늘씬한 몸매에 2개의 낮은 등지느러미, 넓은 꼬리지느러미. 선명한 은백색 바탕에 등쪽은 연한 회갈색, 옆면을 따라 머리 뒤쪽에서 꼬리자루까지 4~5줄의 회갈색 띠가 밋밋함을 달랜다. 가슴지느러미 부근에 찍힌 진한 청회색 반점이 멋스럽다. 날이 풀리면 하구나 연안 표층에서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고문헌에 숭어가 처음 기록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50년 전인 1469년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하연(河演)이 편찬한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를 보면, 김해 부남포의 어량(물고기 잡는 도구)에 `水魚(수어)'가 잡혔다고 적혀 있다. 조선 후기 조재삼(趙在三)이 편찬한 유서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숭어 이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대부도에서 잡힌 숭어 맛을 본 중국 사신이 그 이름을 물었다. 통역관이 水魚(수어)라 답하자, “水魚(수어)가 아닌 물고기가 있다더냐?”라며 사신이 되물었다.

이에 “백 가지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뛰어나서 빼어날 수(秀), 秀魚(수어)라 합니다.”라고 답하자 사신은 수긍했다고 한다.

겨울을 나며 살이 찰지고 고소해진 숭어는 首魚(수어), 崇魚(숭어)라는 한자로도 기록되어 왔다.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할 무렵 숭어는 가장 맛이 뛰어나기에 보리숭어라고도 불린다.

지역과 크기에 따라서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인천 지역에서는 살모치, 모쟁이, 사시리, 숭어, 뚝다리라고 한다.

남이 한다고 하니까 무작정 따라나설 때 비유적으로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라고 한다. 숭어는 왜 물 밖으로 뛰어오를까? 물고기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학설이 있다.

하나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공기 호흡을 하기 위해서다. 숭어는 주로 혼자서 비스듬하고 낮게 수면 위로 뛰어올라 몸을 뒤틀어 떨어지곤 한다.

이러한 이유로 숭어의 도약은 호흡에서 이유를 찾는다.

숭어의 먹이터가 비교적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이 적은 갯벌의 바닥층이라는 점도 공기 호흡에 한 표를 더한다.

올봄에는 세계 5대 갯벌로 유명한 강화갯벌이나 영종도 해안가에 들러 숭어의 힘찬 도약을 살짝 엿보면 어떨까?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