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플래카드 99 장이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을 포위하듯 담벼락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있다.
▲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플래카드 99 장이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을 포위하듯 담벼락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있다.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철길 앞에는 형형색색의 플래카드 99장이 기지 담벼락을 따라 빼곡히 내걸렸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철도와 도로연결', `미국의 대북제재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가 끝없이 이어졌다.

부평 문화의 거리와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사진전'이, 부평여고 운동장에서는 노란우산을 펼쳐 `4·27', `평화'와 `통일'을 새기는 플래시몹이 펼쳐졌다.

이 행사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2주년을 기념하고, 이 회담에서 합의된 `공동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희망발전소와 인천통일로, 평화협정운동인천본부, 인천노사모, 서비스연맹마트노조인부천본부,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 등 인천지역 14개 단체 회원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다짐한 4·27 판문점 선언

 

2년 전인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남북을 가르는 콘크리트 경계선을 오가며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다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마지막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만의 일이었다.

이 회담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부평문화의거리'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2주년 기념 사진전.
▲ `부평문화의거리'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2주년 기념 사진전.

무르익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관계는 탄탄대로를 밟았다.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남북정상은 첫 회담 이후 한 달 만에 두 번째 회담을 가졌다. 이어 6월 12일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 평양방문 등 세계를 놀라게 한 소식들이 계속됐다.

5월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폐기됐고, 9월 14일에는 개성공단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들어섰다. 10월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무기가 사라졌고, 다음 달에는 최전방 초소 11곳이 폭파됐다. 2008년 이후 10년 간 끊어졌던 남북철도 재개 조사사업도 남북공동으로 진행됐다.

 

하노이 회담 결렬과 북미관계 단절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는 1년 뒤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회담 결렬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내로 초대, 6월 30일 판문점 북미회담을 극적으로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후 북·미 간 대화는 공방만을 주고받으며 감정의 골을 키워갔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2019년 세밑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문을 통해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며 북미관계의 단절을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속 남북협력 사업

 

2019년 12월 난데없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쳤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은 다소간 진정기미를 찾고 있지만, 미국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미국 내 확진자 숫자는 9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만 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 북한 보건성 자료를 근거로 “북한 내국인 212명이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악화설까지 나돌고 있다.

반전을 되풀이하던 남·북·미 관계도 코로나19 사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지난 24일, '2020년도 남북관계발전시행계획'을 통해 “`남북철도연결사업'과 보건의료·방역 분야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7일에는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 추진 기념식이 개최됐고, 지난 2016년 2월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점검 방북'도 추진될 예정이다.

 

개성공단 재개해 마스크 등 방역장비 생산해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에 가장 절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보건의료 협력”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개성공단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를 만들면 미국, 북한 등 필요한 나라에 제공할 수 있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코로나19' 진단장비와 산소호흡기, 마스크 등의 지원은 대북 제재 면제대상”이라고 확인했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개성공단의 봉제공장을 가동할 경우, 단 기간 내에 하루 1천만 장의 면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며 공단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생산하게 된다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나 떠올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전진기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찬흥 논설위원·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 코발트색 인조잔디가 깔린 부평여고 운동장 위에서 인천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란색 우산을 펼쳐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축하하는 글자를 만들고 있다(사진은 운동장 70m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플래시몹 장면/사진제공=(주)윙윙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