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구 '갯벌' 생명이 숨 쉰다
▲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 /사진제공=강화군
▲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 /사진제공=강화군

갯벌은 ‘입자가 작은 펄과 모래 알갱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다.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유기영향물질로 영양이 풍부해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 중 하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20%가 갯벌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갯벌은 어패류의 생산지이며, 야생생물의 서식지이고, 오염물질 정화와 재해 조절 기능뿐 아니라 문화적 기능에 미세기후 조절 기능까지 있다. 염생식물 군락지는 육상에서 유입되는 질소나 인 등의 영양염을 흡수해 해양오염을 방지하는 기능도 매우 중요하게 수행한다. 

국내 갯벌의 면적은 2489㎢이다. 국토 면적의 2.4%에 해당되며 대부분 서남해안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황해 연안인 서해안 지역이 83%이고, 인천경기만 갯벌이 35%를 차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 그 주변 생태계에 서식하는 어류는 200여종이고 갑각류가 250여종, 연체동물이 200종, 갯지렁이류가 100종 이상이다. 또한 여러 동물군에 속하는 수많은 해양무척추동물, 미생물, 200종류 이상의 미세조류의 서식지기도 하다. 100종이 넘는 바다새와 50종에 가까운 현화식물들이 갯벌과 연계된 생태계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갯벌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어류로는 숭어·전어·밴댕이·농어·황복·풀망둑 등이 있다. 연간 5만t에서 9만t의 조개류가 생산되며 수백t의 낙지, 갯지렁이가 잡히고 김과 굴이 갯벌에서 양식된다.


#다이내믹하면서 희귀한 인천경기만

인천경기만 갯벌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국내 서남해안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의 갯벌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인천경기만 갯벌은 서해안 갯벌의 핵심 지역으로, 한강하구에 위치하며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역동적이고 다양한 퇴적상을 가지고 있다. 

갯벌은 퇴적물의 조성에 따라 펄갯벌, 모래갯벌, 혼합갯벌로 구분된다. 퇴적물 조성은 유입되는 퇴적물의 종류, 해수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모래갯벌은 흐름이 빠른 수로나 해변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펄갯벌은 완만한 내만이나 강하구의 후미진 곳에서 나타난다. 인천경기만 갯벌은 이들 형태를 모두 띠고 있다. 인천경기만 지역은 한강·임진강·예성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다이내믹한 갯벌이다.

인천경기만은 조석 간만의 차가 최고 9m 이상으로 갯벌이 잘 발달돼 있다. 강에서 공급되는 담수와 바다로부터 유입되는 해수가 혼합되는 반폐쇄형 지역인 인천경기만에는 상당한 양의 물질이 쌓였다가 빠져나간다. 강화도와 영종도에는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으로 15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산재하고 있어 섬 주변으로도 갯벌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생명들이 깃들어 있다. 칠면초나 퉁퉁마디, 해홍나물과 같은 염생식물과 거머리말을 비롯한 해초류가 자란다. 저어새·노랑부리백로처럼 세계적 희귀종인 새들이 도래하며 흰발농게와 같은 해양보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 인천 강화 갯벌. /사진제공=강화군
▲ 인천 강화 갯벌. /사진제공=강화군

#개발로 사라지는 생태계의 보고

갯벌은 영토 확장의 대상이었다. 1980년대 이후 김포매립지(지금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 시화방조제 건설로 갯벌이 사라졌다. 아파트가 빼곡하게 솟은 송도국제도시는 끝없이 펼쳐진 갯벌 ‘먼우금’이었고,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는 1984년까지 두루미 도래지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돼 있던 갯벌이었다. 인천공항 건설로 삼목도와 신불도는 깎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갯벌에는 활주로가 만들어졌다. 

준설토 투기장으로 이미 사라진 갯벌도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다. 인천항 입출입 항로 수심 확보를 이유로 바닥을 파내는 과정에서 준설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준설토를 어딘가에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매립된 부지는 애초 목적과 다르게 항만배후단지 또는 개발용지를 확보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1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경인아라뱃길 준설토 투기장은 2015년 완공 후 2800억원짜리 토지로 둔갑했다. 청라2지구 로봇랜드 테마파크 부지도 마찬가지다. 남항 제1·3투기장은 각각 아암물류1·2단지가 됐다.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 부지도 준설토 투기장이었고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 북성포구 준설토 투기장도 조성 중이다. 8㎢가 넘는 송도갯벌은 인천신항 배후부지 등을 위한 준설토 투기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준설토 투기장으로만 22㎢의 갯벌이 사라졌고 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개항기부터 지난 130여년 동안 인천에서만 106㎢가 넘는 갯벌이 육지가 됐다. 

현재진행형 매립…멸종위기종 사라질 위기

▲ 개발 위기에 처해있는 영종2지구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 개발 위기에 처해있는 영종2지구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갯벌 매립은 현재진행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도 동측과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사이 갯벌 390만㎡를 매립해 레저·상업·주거용지로 활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명 영종2지구이다. 이곳은 강화 남단 갯벌과 영종도 남쪽 갯벌을 연결하는 갯벌이다. 공항이 만들어진 이후 영종도 인근 조류의 흐름이 변했고, 지금도 주변 갯벌은 변화를 겪고 있다. 영종2지구마저 매립된다면 이곳의 갯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강화도와 영종도 주변 지역 갯벌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런 영종2지구 갯벌에는 흰발농게(Uca lactea)가 서식한다. 인하대학교 조사 결과, 매립 계획지 중 5950㎡ 면적의 갯벌에서만 흰발농게가 5만 마리 넘게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발농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이며,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다. 조사를 진행한 김태원 인하대 교수는 “매립이 진행된다면 이곳에 서식하는 흰발농게는 전체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서식 확인 지역을 제외하고 매립한다고 해도 갯벌 퇴적상이 변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흰발농게의 서식처가 유지되기 어렵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더라도 비슷한 퇴적상을 지닌 대체지가 없기 때문에 생존해 번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영종2지구 갯벌은 흰발농게 집단 서식지일 뿐 아니라 멸종위기 1급이고 인천시조인 두루미 도래지이며, 저어새 번식지인 수하암도 지척이다.

영종2지구에 서식하는 해양보호생물 흰발농게
영종2지구에 서식하는 해양보호생물 흰발농게

송도 '람사르습지' 인정
장봉도 '원시성' 경관 우수
강화도 '철새' 중간 휴게호

인천 옹진군 장봉도 갯벌. /사진제공=옹진군
인천 옹진군 장봉도 갯벌. /사진제공=옹진군

송도갯벌은 한때 국내에서 조개류가 가장 많이 생산되던 곳으로 유명했다. 주로 동죽, 가무락, 맛조개였다. 송도국제도시는 2003년 첫 번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송도11공구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2009년 말 남동산단 남쪽과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남쪽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14년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됐다.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장봉도갯벌은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고, 생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하다.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서식·도래한다. 특히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한강 수계의 석모수로가 실질적으로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으로, 순천갯벌이나 보성갯벌 등 다른 습지보호지역보다 우수한 퇴적환경을 보유하는 갯벌이다. 그만큼 장봉도 갯벌은 경관·지형 그리고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조개 중 으뜸이라는 백합의 최대 생산지도 장봉도와 주문도 사이 갯벌이다.

강화갯벌은 2000년 7월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됐다. 철새 이동경로상 시베리아·알래스카 지역에서 번식하는 철새가 일본·호주·뉴질랜드로 이동하는 길에 먹이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중간 휴게소’에 해당하는 곳이다. 강화갯벌은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이기도 하다. 강화 남부와 석모도, 볼음도 등 주변으로 371㎢ 면적에 이른다. 여의도의 120배가 넘으며, 단일 문화재 지정구역으로는 가장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