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죠”
“시각장애인 동생 주승의 평범한 삶
“형 주호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그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담아내려 노력”
“동정 대상 아니라는 의미 전하고파”
▲ 영화 '두개의 시선' 이주호(오른쪽) 감독·이주승 작곡가.

 

▲ 영화 '두개의 시선' 스틸컷.

딱히 특별할 것도 없다.

'장애인'이 그 어떤 특별한 존재, 혹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 혹은 동정받아 마땅한 존재는 아니란 얘기다. 이주호&이주승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시선'이 그려낸 '장애'도 그러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최초 공개된 영화 '두개의 시선'은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이주승 영화음악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의 형인 이주호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지난 16일 서울 홍대 인근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주호, 이주승 형제 예술가는 공감하고 소통하며 작품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장애가 그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죠. 그저 보통의 사람으로 비장애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이주승)

10분55초 남짓의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건실한 청년의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 형태로 시작된다. 거기에 '시각 장애를 가진 청년의 일상'이라는 요소가 보태졌다. 장애라는 편견 속에 청년이 극복해야 했던 시련이 있었음에도 청년은 결코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영화 후반부에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물어요. '와 어떻게 그렇게 걸을 수 있죠?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라면서요. 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죠. '뭔 소리야. 그냥 걷고 있을 뿐인데'. 제겐 보통의 일상일 뿐인데 말이죠. 저는 장애가 있으니 도와줘야 한다 내지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분명히 전하고 싶었어요.”(이주승)

영화를 제작한 이주호 감독은 전작 '수퍼디스코'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두개의 시선'은 영화 음악을 전공한 동생 이주승 작곡가의 졸업작품 작업을 계기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었다.

“평소에도 종종 동생과 작업을 함께 하곤 했어요. 인디밴드 '술탄오브디스코'가 겪는 애환을 담은 저의 대표작 '수퍼디스코'에도 동생이 만든 음악이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됐죠. 저는 영화를 만들고 동생은 영화음악을 만들고 원하는 때 얼마든지 동생에게 편하게 시킬 수(?) 있어 좋은 거 같아요(농담).”(이주호)

주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작품을 완성해 가는 이 감독에겐 영화 '두개의 시선'은 가장 '이주호'의 색깔이 담긴 영상이 됐다.

“열악한 환경, 심각한 위기 속에 침투하는 다큐멘터리도 가치가 있지만 비록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어도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 평범하고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던 게 저의 생각이었죠. 동생은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고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가는 인물이거든요.”(이주호)

이들 형제는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기에 최고의 파트너로 여긴다. 이주승 영화음악가가 작업을 할 때면 항상 곱씹는 이야기들이 있다.

“제가 음악작업을 하다 난관에 부딪쳤을 때 교수님께서 항상 해주신 말씀이 있었어요. '안 될 땐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라고요. 이 말씀은 음악뿐 아니라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안 될 땐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장애도 마찬가지에요.”(이주승)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