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위층에서 쿵쾅거린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올라가서 윗집 초인종을 누른다. 문이 열린다. 어린 여자아이가 나오며 환하게 인사를 한다. 아파트를 오며 가며 만나면 인사를 아주 잘하던 아이였다. 미소를 지으며 '너 여기 사니?'하고 머쓱하게 그냥 내려왔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어느 교수의 실화다.
우리의 주거 형태가 공동주택으로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아파트 민원의 상당수는 층간 소음이다. 해결 방안은 서로 인사하는 이웃이 되면, 갈등은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전국의 아파트 단지가 '이웃과 인사하기'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해서, 인사하는 문화를 잘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웃과 인사하고, 가끔 대화도 나누며 사는 것은 지혜로운 동네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이웃의 따듯한 시선과 배려만큼 우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켜주는 전자기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웃들과 1년에 한번 정도는 동네 공원이나 아파트 놀이터에서 벼룩시장을 겸한 작은 문화 공연을 같이 하면 어떨까?

10년 전만 해도 공동체 활동을 한다고 하면, 그게 도시에서 가능 하느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들은 도시에서 다양한 공동체를 실험하기도 하고, 만들어 보기도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도 마주한다. 인천에는 대략 400여개의 크고 작은 마을공동체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지금의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공동체 정신, 공동체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하자고 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하자, 사회적 반성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살펴보고자, 동네별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라는 민관협의기구를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주민들이 자발적 활동들도 진행되고 있다. 시민 스스로 거리두기, 자발적으로 의료용 마스크 양보하기를 넘어서 공동체모임에서 면 마스크 만들어서 이웃에게 선물하기, 주민자치위원회·주민자치회의 동네 방역활동, 의료진에게 위문 물품 전달하기, 대구시에 지원 성금 보내기 등이 진행되고 있다. 삭막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위기 극복, 범죄 예방, 맞춤형 복지, 어린이와 노인 돌봄 등 우리 일상 생활에서 공동체의 역할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서 인천시에서도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동네 공동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3인 이상의 주민모임을 지원하는 <마을수다>를 비롯해서 <마을모임 형성>지원, <마을계획>지원, <마을공동체 공간 만들기 및 프로그램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다양한공동체의 경험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행정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 동네의 주인은 주민이며 주민 스스로가 동네를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가꾸어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어떤 모습의 공동체를 꿈꾸는가?
옛날 모습 그대로의 공동체는 아닐 것이다. 오래전의 농업공동체는 여성과 청년에게는 견뎌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가사와 농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고, 여성이기에 받는 차별이 있었으며, 청년들은 나이로 서열을 세우는 위계질서에 힘들어 했다. 그리고 동기는 순수하지만 개인의 사적 삶의 영역까지 개입하는 관심을 넘어선 참견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이른바 우물가에서의 뒷담화!

오랜 세월 공동체 생활의 경험이 있는 인문운동가 이남곡 선생은 공동체에서의 '따듯한 간격'을 자주 이야기했다. 나의 생각과 마음에는 동의되지 않지만 따듯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이웃 또는 공동체의 미덕이, 우리 시대의 공동체 구성원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 아닐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공동체는 이러한 '따듯한 간격'을 가지고 지켜보는 덕목과 공동체의 끈끈함의 다른 면인 폐쇄성을 넘어서서, 서로 배우기 위한 공동체 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연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연대가 확산되면 마을단위를 벗어나 지역사회, 국가를 뛰어넘는 글로벌 과제 해결의 주역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자기를 실현하고, 서로 도우며, 인정을 받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이다. 어려운 시기를 우리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의 지혜로 함께 극복해보자. 따듯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박재성 인천시 공동체협치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