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밝힌 새해 안보 및 대북 정책 기본 방향을 보면 「확고한 안보태세 위 대북 포용정책」이라는 일관된 기조속에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남북 당국 대화의 적극 추진과 북한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이른바 일괄타결식 접근법의 공식적·구체적 추진 방침 등이 그것이다.

 특히 남북 당국대화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4월 베이징(北京) 비료회담이 무산된 이후 「서두르지 않겠다」며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확대 지원에 주로 힘을 쏟아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중요한 정책상의 변화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 제시된 남북 당국 대화의 의제는 이산가족문제, 북한 농업개발협력, 남북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투자협정을 비롯, 당국간 각종 안전보장 장치 마련 등이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남북관계에 대해 밝혀온 입장을 감안하면, 김대통령의 남북당국 대화 전망에는 베이징 비료회담에서부터 남북 특사교환,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경제공동위 개최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대화 추진 방침은 일괄타결식 접근법의 구체적인 추진과 함께 북한 내부정세를 포함해 한반도 안팎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채택됐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안팎의 정세변화는 우선 크게 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의 금창리 지하의혹시설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 등의 대북 국제여론이 악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올 봄 한반도 위기설로 표현하는 일부 분석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며 해결전망을 밝게 보고 있으나 어쨌든 불안정 요소가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가 제외된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을 막고, 좀 더 적극적으로는 위기상황이나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능동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남북 당국 대화와 일괄타결 접근의 구체적 추진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는 국제적 측면이 있으나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해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또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도 외교통상부 직원들에 대한 신년사에서 「독자적 사고(independent thinking)」를 강조했고, 정부 다른 고위관계자도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우리』라며 「민족 자주 민주」라는 통일 3대원칙을 새삼 상기시켰다.

 미·북관계로 범위를 좁혀볼 때 북한도 미국의 정치구조, 즉 의회가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견제할 수 있고, 그 의회를 현재 보수적인 공화당이 지배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으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남북당국 대화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남북 당국간 대화는 국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불필요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한국의 경우 김대통령이 초지일관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에 기회를 주고 있고, 북한도 지난해 김정일 체제를 완비, 올해를 「위대한 전환의 해」로 삼은 점 역시 남북 당국 대화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선 지난해 금강산관광·개발 사업으로 대표되는 남북교류·협력 실적 역시 당국대화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김대통령이 지난해말 송년모임 등에서 『새해가 한반도 문제의 평화개혁 가닥이 잡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은 단순히 기대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북정책을 전개해나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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