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 70년 넘게 장기화젊은 세대로 갈수록 통일 민족적·당위적 의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
▲ '2019년 평화통일배띄우기'에 참여한 인천 서운초등학교 학생들이 각자의 소원을 담은 나뭇잎 배를 만들어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민주협의회
▲ '2019년 평화통일배띄우기'에 참여한 인천 서운초등학교 학생들이 각자의 소원을 담은 나뭇잎 배를 만들어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민주협의회

 

▲ 서운초 학생들이 '2019 평화통일교육'에 참여해 교동 월선리 선착장 담벼락에 찍어 놓은 '평화통일 손바닥' 모습. /사진제공=통일민주협의회
▲ 서운초 학생들이 '2019 평화통일교육'에 참여해 교동 월선리 선착장 담벼락에 찍어 놓은 '평화통일 손바닥' 모습. /사진제공=통일민주협의회

 

남북통일에 대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층일수록 통일의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청소년기의 통일교육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안보와 대립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을수록 통일 의지가 약화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통일운동 시민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인천본부'는 이런 점에 주목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평화적 관점'의 통일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연구원은 지난해 말 '인천시 학생 평화·통일교육 실태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연구 자료와 최근의 청소년 통일의식 및 교육을 통한 개선방안, 시민단체의 현장교육 활동 등을 살펴본다.

▲안보교육이 통일인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인천연구원이 지난해 8월, 인천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2019 인천광역시민 통일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세~29세 이하 젊은 층들의 반응이다.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하는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16.9%에 그쳤다. 평균 28%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정권 시절 통일교육을 거친 세대다.

▲ 도표 : 인천연구원 남북통일 필요성 인식조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8년 전국 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통일의식 조사'에서는 더욱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변한 학생이 2008년 31.2%에서 2018년 19.8%로 1/3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이후 통일교육이 '안보 중심'으로 바뀐데 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 그래픽 : 청소년의 통일의식 및 북한에 대한 이미지 조사

 



▲통일교육의 시대적 변화

인천연구원 배은주 연구위원은 2019년 12월 발표한 '인천시 학생 평화·통일교육 실태 및 활성화 방안'을 통해 '통일교육의 역사적 흐름'을 분석했다. 배 연구위원은 "정치권력이 보수와 진보로 교차되는 과정에서 북한과 관련한 교육이 '반공과 안보'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뒤바뀌는 혼란을 겪었다"고 밝혔다.

보수 정부에서는 반공과 안보교육에 치우쳐 북한정권의 비민주적, 반인권적 측면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다뤘다. 반면 진보정부는 평화의 관점에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위한 노력과 민족적 동질성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공과 안보가 지배한 초기 통일교육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기간 중에는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과 적대감, 남한의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흑백논리의 교육이 지배적이었다. 탈 냉전기에 들어서면서 북방정책과 대북 화해가 일부 시도됐지만 안보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문민정부 및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평화통일 교육

문민정부는 통일과 안보를 동시에 강조하는 통일안보교육을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잇따라 성사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평화통일 교육'이 활성화됐다.

-'안보'와 '대립'으로 회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한 이후 안보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대립이 강조되는 '안보교육'으로 전환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이런 교육방침이 더욱 강화됐다.

-'안보'와 '소극적 평화'에서 빈곤과 격차, 억압이 없는 '적극적 평화'로 전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일교육을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에는 '폭력과 전쟁'이 없는 '소극적 평화'에서, '빈곤과 격차, 억압'이 없는 '적극적 평화'로 평화·통일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 도표 : 인천연구원, '2019 인천시 학생 평화·통일교육 실태 및 활성화 방안' 중 '통일교육의 변천과정'

▲한반도 통일시대를 위한 평화·통일교육

교육부는 '학교 평화·통일교육의 관점과 방향'에서 "분단이 70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젊은 세대로 갈수록 통일을 민족적·당위적 의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불편을 없애고, 민족의 재도약과 인류 보편적 가치 존중, 인간다운 삶 보장'과 같은 통일의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배은주 연구위원은 "평화·통일교육은 분단과 대립을 평화적으로 재구축하고 북한에 말 걸기와 상호갈등 해결, 공존과 공동번영 실현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의 현장 통일교육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인천본부는 지난 2012년부터 인천지역 500여개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인천시교육청과 연계한 '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본부는 이를 위해 평화통일교육협의회를 설치하고, 통일민주협의회 구영모 사무총장을 총괄담당으로 선임해 9년 째 현장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형 교육

통일교육은 참여형인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과 체험형인 평화통일현장 탐방으로 나뉜다.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은 인천본부가 양성한 강사진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학생들을 마주하게 된다. 강사들은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놀이와 게임을 통해 학생들의 통일인식을 키워주는데 주력한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강의는 '퀴즈로 떠나는 기차여행', '놀이로 배우는 평화통일', '톡톡(Talk Talk) 북녘 친구야 같이 놀자'라고 한다.

중·고교생 교육 중에는 강사진과 학생들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 대화하는 '영화 속의 분단과 통일'이 단연 인기다. 진로문제 진단과 통일한국의 비전과 효과를 이야기하는 '내 꿈이 커지는 통일코리아'에도 학생들의 신청이 몰린다.

 

▲ 신현여자중학교 학생들이 평화통일신호등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 통일민주협의회

-체험형 교육

체험형 수업은 전동 휠을 타고 접경지인 강화 교동의 학교 운동장과 평화전망대, 한강 하구 철조망, 대룡시장 등을 둘러보며 통일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평화의 배를 만들어 한강에 띄우는 '평화배 만들기'와 '평화손 그림 그리기'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즐거워한다.
구영모 총장은 "인천연구원이 통일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개방적 분위기, 상호 의사소통, 자유토론, 협동학습, 자기 주도적 학습'을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찬흥 논설위원·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