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우리동네 발코니 음악회'
▲ 용인문화재단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자 찾아가는 음악회인 '우리동네 발코니 음악회'를 기획, 11일 광교산자이아파트, 12일 동천더샵파크사이드아파트 중앙광장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12일 오후 용인 동천더샵파크사이드 아파트 중앙광장에서 열린 '우리동네 발코니 음악회'를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초록빛 싱그로운 봄을 입은 아파트 광장에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졌다.
모차르트 교향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등 귀에 익숙한 클래식 명곡이 아파트 단지를 가득 메우자 입주민들이 하나, 둘 '발코니' 창을 열어 젖혔다. 발코니에서 연주를 듣다 참지 못한 관객들은 마스크를 챙겨 광장으로 나왔다. 길을 가다 음악 소리를 듣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온 행인들도 있었다. 이내 아파트 광장은 콘서트 홀로 변했다.

지난 11일 용인 광교산자이아파트에서는 용인문화재단이 기획한 '우리동네 발코니 음악회'가 열렸다. 발코니 음악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민들을 예술단이 직접 찾아가 문화예술로 위로를 전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밀폐된 공연장이 아닌 내 집 발코니에서 감염병에 대한 걱정없이 편안하게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다.

실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발코니 음악회'로 문화예술인들이 시민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공연은 방성호 지휘자가 이끄는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마스크를 쓴 연주자들은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부터 '태극기 휘날리며OST',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아기상어'까지 다양한 장르의 대중적이고 친근한 음악들을 선곡해 주민들과 소통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광장을 둘러싼 시민들과 발코니 창 너머로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연주 중간 중간 방성호 지휘자의 재치 있는 말솜씨는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 인파가 광장 안으로 몰려드는 순간에는 2m 간격 유지를 요청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곡이 끝났을 때 광장에 모인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연신 '앙코르'를 외쳐댔다. 오케스트라가 3곡을 앙코르 곡으로 연주한 뒤에야 아파트 광장에 모인 관객들과 발코니에 서있던 입주민들이 연주자들을 놓아줬다.

아파트 입주민 김영숙(46)씨는 "외출 중에 음악 소리가 들려 가던 길 멈추고 아파트 광장으로 오게 됐다"며 "요즘 같은 때 이런 식의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이 자주 열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명성(33)씨는 "클래식에 문외한인데 대중적인 곡을 오케스트라로 듣다보니 신선했다"며 "멀리 가지 않고 내 집 안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전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