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락 떠나 잡룡 아닌 잠룡으로 남길
▲ 물속에 섶을 쌓기 위해서 자맥질(潛잠)하는 용(龍)을 잠룡(潛龍)이라 한다. /그림=소헌

 

어제오늘은 한글인데 未來는 한자이니 한국은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한다. 아마도 우리글 韓字를 잘 몰라서 그럴 것이다. 우리민족이 꿈꾸었던 미래는 여러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다. 미래의 부처는 미륵이며, 미래를 예시하는 동물은 미르()’. 용은 태평성대와 성인의 탄생을 상징하며, 임금이 세상을 떠나거나 거국적인 큰 사건이 있을 때 나타나는 예지가로서 존재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한 마리가 꿈틀대고 있다. 며칠 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300마리가 수면으로 올라올 것이다. 총인구 5178만명 중에서 약 172000명당 1명은 현룡이 되는 것이다. 잠룡潛龍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물속의 용이다. 현룡見龍은 드디어 땅에 올라온 용이며 약룡躍龍은 하늘로 뛰어오르는 용이다. 비룡飛龍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용이고 항룡亢龍은 하늘 꼭대기에 올라간 용이다.

용어분전(龍於糞田) 개똥밭에 인물 난다. 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4자속담이다. 시원찮은 환경이나 변변찮은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것을 말한다. 인천의 각 마을 개천에도 잠룡이 살고 있다. 그런데 믿지 못할 사실을 알았다. 4·15총선에서 현룡에 도전하는 30% 정도는 자기 지역구가 아닌 서울 등 다른 곳에 집이 있단다. ‘이부망천離富亡川촌구석이라는 악몽이 수그러들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기네 개똥밭에서 구르던지 시궁창에서 자맥질하던지 하라.

 

[잠기다 / 자맥질하다]

여자의 쪽진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장신구는 비녀(). 또한 이라고도 하는데, 물고기가 모이거나 김이 잘 자라도록 물속에 쌓아 놓은 나무를 말한다. 아울러 누에섶은 누에가 올라가 고치를 짓게 하려고 차려준 막대기다.

음식을 이미 잔뜩 먹어 더 이상 먹지 않겠다며 고개를 돌린 모습인 (이미 기)는 입 안에 음식이 있어 목이 메다는 뜻이다.

(비녀 잠)(이미 기)는 서로 혼용하여 썼는데, 대표적인 글자가 누에의 침을 뜻하는 (날카로울 침)이다.

누에가 아침 일찍부터 날카로운 침()으로 뽕잎() 갉아먹는 글자가 (일찍 참)이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벌레들(+)을 넣어 (누에 잠)을 만들었다. 서울의 잠실(蠶室).

간혹 ()(바꿀 체)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물속()에 섶(+)을 쌓기 위해서는 물밑으로 잠기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맥질하는() 수밖에 없다.

 

[/ 임금 / 훌륭한 사람]

16획 제부수 글자인 ()은 뿔난 머리를 세우고() 뱀 같이 생긴 긴 몸(육달월)4개의 다리()를 가지고 하늘 높이() 오르는 동물이다.

()을 상서롭게() 여긴 옛 사람들은 ()으로도 썼다.

약자는 ()이다. 10획으로 줄었다. 중국에서는 더 간략하게 하여 간체자 ()을 쓰는데 원래 모양을 전혀 유추할 수 없다.

 

당락을 떠나 끝까지 인민에게 헌신하여 잠룡潛龍이 잡룡雜龍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