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마트에만 다녀와도 마음이 찜찜하다.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목이 따끔따끔한 것 같다. 몸에 열감이 있어서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열은 없다. 그런데 저녁이 되니 미열이 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막히고 몸이 좀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가슴 중앙이 아프면서 왠지 호흡이 좀 곤란한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은 전염병이 돌면서 생기는 불안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다. 우리는 아프지 않아도 아픈 것 같은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왜 만들어지고 어떤 사람에게서 심할까.

이는 처음에는 감염 자체에 대한 걱정으로 출발한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라는 생각이 들면, 모든 곳에 균이 있을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보균자가 되어 타인을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자신이 감염된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를 더 염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염려는 더 나아가 타인들의 비난, 죄책감, 일에 대한 걱정 등으로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확장되고 확산한다. 이제는 정말로 아프게 된다.

이 과정은 반복된다. 밖에 나와서 염려하던 것들이 집에 들어가면 겨우 안심되지만, 이제는 낮 동안에 혹시 전염된 것은 아닐까 불안하게 된다. 불안한 마음이 계속되면 면역력도 약화된다. 불안한 사람은 이 글을 읽으면서 이제는 면역력 약화까지 걱정된다. 걱정을 안해야 하는데, 걱정하는 자신이 또 걱정스러워진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그런 불안을 느낀다면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당신은 최소한 주변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사람이다. 둘째, 작년 이맘때 당신은 어떤 질병이나 신체적 문제가 있었는지 비교해보라. 3월이면 비염과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이 있었던 시기이다. 지금은 콧물이 조금 나거나, 가래가 끓거나, 코 막힘이 있는 시기이다. 셋째, 불안할 때는 일상을 기록하라. 하루 이동 경로도 적어두라. 넷째,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가서 산책을 하면서, 배포를 키워라. 마지막으로, 약간의 신체적 증상이 느껴지면 자가 격리를 하면서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고서 3~4일 경과를 지켜보라. 일반 약으로 조절이 되면 크게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이상 증세가 심해지거나 변화가 없으면 보건소에 전화해서 자문을 구하라.

불안을 느끼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말도 약간씩은 다르다. 누군가는 좀 더 위협적으로 말한다. 누군가는 좀 대범하게 말한다. 위협적으로 말하는 전문가는 우리의 경각심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대범하게 말하는 사람은 우리를 위로하려는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더 불안해진다.

우리가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인내심이 바닥을 보일 때이다. 진정세를 보인다는 소식에 긴장감을 풀다가, 다시 심각해진다는 보도에 긴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치고, "에라 모르겠다."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가 제일 위험하다. 착한 사람이 갑자기 무장해제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한다. 같은 병도 처음에는 엄청 조심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둔감해진다.

우리는 긴 싸움의 시작에 서 있다. 앞으로도 이런 병은 계속 생길 수도 있다. 긴 호흡으로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불안에 떠는 대신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감당할 수 있게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튼튼한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