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달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별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신神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맨발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광장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강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병病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이자를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명분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폐광廢鑛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밥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길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묵공墨攻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책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이분법을 보고 짖을 것이다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눈물을 보고 짖을 것이다


▶얼마 전 출판사를 운영하는 조승식 선생을 만났던 일이 있다. 늦은 저녁을 끝내고 보여줄 것이 있다며 수유역 지하철 어느 출입구로 갔다. 그곳에는 할머니 한 분이 온갖 채소류를 바닥에 펼쳐놓고 팔고 계셨다.
그 할머니를 보며 그가 하는 말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주선생, 저는 이 수유역을 지날 때마다 이 채소를 조금 사고 한참을 앉아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이 한없이 겸손해지고 작아져서 티끌 같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육십의 중반을 넘어가는 늙수그레한 사내가 할머니를 통해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는다고 했다. 그때마다 그는 채소를 골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하고 기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조용히 혼잣말처럼 웅얼거리며 말했다. "조 선생님이야말로 시인이네요." 돌아보면 문득 나도 오십을 지나고 육십이다. 달도 없고 별도 없는 밤, 나는 무엇을 보고 짖으며 눈물을 훔칠 것인가. 부끄럽고 부끄러운 반추다. 나뭇가지에 걸린 발길이 무겁다.

/주병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