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연령 확대에 따라 이번 총선부터 참여하는 만 18세 이상 학생에 대한 '참정권 보장'이 아쉽기만 하다. 대부분 학교가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학칙을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4·15 총선은 1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인 학생들은 출마자 비판·지지 등의 활동을 벌이는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 2월25일~3월23일 경기도내 중·고교 1075곳 중 104곳(중학교 54곳·고등학교 50곳)을 조사한 결과 98.7%에 달하는 102곳에서 학생 정치 활동을 막는 학칙이 남아 있다고 한다. 비록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사 표현 등의 권리를 제한한 학교도 수두룩했다.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꺼리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의 경우 고교 3학년 11만명 중 유권자는 31.8%인 3만5000명에 이른다.

학교는 학생들의 참정권을 갖가지 방법으로 침해한다. 가령 수원시내 한 고교는 정치 목적을 띤 사회단체에 가입하면 징계 대상이다. 환경보호나 문화재 보존 등을 위한 시민단체여도, '정치색'이 있으면 학생들은 활동을 벌일 수 없다. 조사를 한 학교 104곳 중 절반에 가까운 43곳(41.3%)이 이런 학칙을 유지한다. 정치 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도 47곳에 달한다. 시흥시내 한 고등학교는 집회 등 집단행동을 막는다. 단순히 참여만 한 학생도 징계 대상이다. 유세현장 등을 찾아가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한다. 84개 학교에선 학교 허락 없이 어떠한 단체도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이밖에 집단행동 처벌 81곳, 외부 행사 출연·참가 처벌 77곳, 게시물 사전 검열 28곳, 불온 사상 처벌 12곳 등으로 조사됐다.

학생 유권자들은 참정권 행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체험하게 된다.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특히 첫 선거에 대한 경험은 앞으로 수많은 선거에 참여할 이들의 민주시민 의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소년들의 민주시민·주권자 의식을 높이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학생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보장을 받아야 하는 권리다. 학교에선 참정권을 처벌하는 학칙을 전면 개정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우리 청소년이 사회 생활을 하는 데 귀중한 첫 걸음을 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