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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칼럼] 온라인 개학, 자기주도학습의 실험
[김형수 칼럼] 온라인 개학, 자기주도학습의 실험
  • 김형수
  • 승인 2020.03.31 19:34
  • 수정 2020.04.0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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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지만 교실은 텅 비었다. 예년 같았으면 친구들과 뛰놀 아이들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 달아올랐을 것이다. 정부는 어제 오는 9일부터 각급 학교의 순차적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밝혔다.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 세계가 혼돈이다. 무엇보다 학습 생태계가 무너지고 배움과 가르침이 사라진 세상은 삶의 의미마저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낳은 희대의 단상이다.

친밀하거나 개인적인 거리로는 최악의 감염병을 막아낼 수 없게 됐다. 확진자가 대폭 줄어들지 않고는 모든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감염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치료 체계가 버거운 실정에서 사회적인 인식 또한 공감대를 이루기에는 부정적이라는 것도 등교 개학을 미룬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공교육의 공백은 마냥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학교는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실체이다.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계층의 사다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원격교육 플랫폼이 확충되지 않은 저소득, 장애 청소년 등의 교육 불평등 조건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교육계의 시각이다. 원격교육에 따른 교육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등 교육 전반의 평등 조건이 선결돼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수업'을 통해 미래교육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함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학습의 자기주도성은 과거나 현재가 동일하게 주창해온 키워드다.

학생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체가 자기주도학습의 역량에 따라 미래를 일군다. 생물학적 존재로 태어난 인간이 인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학습이고, 이 역량에 따라 무엇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학교와 학교 밖, 그리고 일상에서의 학습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도, 낙오할 수도 있는 학습사회다.

특히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의 일방적 수용이 아닌 지식 생산자로서 자기주도 학습은 매우 강조되고 있다. '학교는 죽었다'는 주장이 더 설파력을 갖는 시대가 아닌가. 다만, 기회를 틈타 사교육이 공교육의 설 자리를 잠식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학습의 자기주도성은 스스로가 학습에 책임을 지고, 실천하는 태도다. 각자의 학습 상황과 환경 요인에 좌우된다. 그래서 온라인 개학과 원격교육이 얼마나 자기주도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이 성인교육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 공교육 분야의 원격교육 환경 조성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학습의 주도권이 교사인가, 학생인가부터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

희망과 기회도 있다. 사상 초유의 원격교육을 통한 자기주도 학습 체제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미래 사회의 평생학습 역량도 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학생 스스로의 자기주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학습의 개방성과 즐거움을 반드시 접목시켜야 한다. 학생의 학습동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학습 자신감을 증진하는 타인과의 학습 공유,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개인의 학습에 흥미를 더해야 학습 열의를 불러일으키고, 의미 있는 학습 성취에 도달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공교육뿐 아니라 성인교육 세상도 얼어붙게 했다. 등교 개학의 불투명은 교육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학습 경험을 창출하는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

지난달 2일 제너럴일렉트릭의 CEO였던 잭 웰치가 타계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학습하는 리더',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교훈을 남겼다. 사람과 지식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리더다. 기업경영의 핵심 자산이 곧 학습과 지식이고,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자기주도학습이 힘이었다.

호모 에루디티오(학습하는 인간)로 상징되는 인간 모두 학습 없이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급변하는 지식기반사회다. 계속 배우지 않고는 성공하거나 생존할 수 없다. 삶과 학습의 터전이 안정되길 바란다.

김형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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