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적극적인 공론화·제도변경 원해
"활발한 논의 필요" 입장 지속적 전달
체육회, 현 처장 의식해 소극적 태도
곽희상 "확정되면 나도 응모 의사"

'사무처장 공개모집' 여론을 두고 인천시체육회와 인천시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인천일보 30일자 16면>

인천시는 체육계의 적극적인 공론화를 원한다. 반면, 인천시체육회는 다소 소극적이다.

시체육회가, 표면적으로는 사무처장 공개모집에 반대하지 않지만 속으론 이 방식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곽희상 사무처장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시·도 체육회 업무총괄 및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사무처장이 객관적 기준이나 채용절차 없이 체육회장 추천 후 이사회 동의만으로 임용되는 것은 문제이므로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의결·권고한 것을 계기로 "이를 반드시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지난해 권익위 의결 내용을 시체육회에 공문으로 알린 것은 물론, 최근에도 '권익위 권고에 따라 사무처장 공개모집 관련 논의가 체육회 내부에서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시체육회에 전달했다.

실제, 체육회장 재선거 며칠 전 전화로 권익위 권고 사항을 시체육회에 상기시켰던 한 인천시 고위 공무원은 재선거 당일인 24일 이규생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직접 시체육회를 찾아 시체육회 간부 직원에게 '사무처장 공개모집 관련 체육회 내부 논의'를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재선거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직까지 이규생 회장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회장에게 이 모든 내용을 보고하려면 먼저 사무처장에게 알린 후 허락을 받아야 하는 데, 공개모집 여론을 "나를 음해하려는 일부 세력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보는 곽희상 사무처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선 이른바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한 체육회 관계자는 "솔직히 곽희상 사무처장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 논의하자는 제안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규생 회장이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정확히 보고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곽 처장을 지지하는 일부 체육인들 사이에선 "사무처장 공개모집을 바라는 인천시의 진짜 속내는 예전처럼 퇴직 공무원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려는 의도"란 거친 반응도 나온다.

인천시는 이에 "지금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펄쩍 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는 누가 사무처장이 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 국가기관인 권익위 권고에 따라 이제라도 사무처장 임용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뿐이다. 사실 더 적극적으로 공론화를 요구하고 싶지만 민선 체육회장 체제임을 감안해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정중하게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희상 사무처장은 "직원들이 내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거취는 오직 회장만이 결정할 수 있다. 회장이 공개모집 결정을 하면 나도 응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