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측근 논공행상 자리 안돼" 명분
검증절차 마련·공개모집 여론 확산
권익위, 지난해 관련사항 권고 사례
시·체육회, 규정변경 가능성 내비쳐
인천시체육회장 재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번엔 체육회 2인자인 사무처장 자리에 누가 오를 지 체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이전과는 관심의 결이 좀 다르다.

결과보다 공정한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과거엔 단순히 '누가 사무처장이 되느냐'를 두고 하마평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어떻게 사무처장을 뽑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지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체육인들의 경우 유력한 차기 후보 중 한 명인 현 곽희상 사무처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눈치를 보느라 공공연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진 않지만, 이들은 물론 인천시 등 체육계 안팎에선 '공개모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측근, 논공행상 아닌 '공개모집'"

이들은 '사무처장은 실무 체육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결코 회장 측근이나 논공행상을 통해 특정인이 차지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의결한 '지방자치단체의 체육단체 지원 및 관리 투명성 제고 부패영향평가 개선 권고'는 이들 주장의 주요 근거이자, 천군만마와도 같은 힘을 실어준다.

권익위는 지난해 8월 '시·도 체육회 업무총괄 및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사무처장이 객관적 기준이나 채용절차 없이 체육회장 추천과 이사회 동의만으로 임용되는 것은 문제이므로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의결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17개 특별·광역시장 및 도지사,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장, 대한체육회장, 17개 특별·광역시·도 체육회 및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게 이를 각각 권고했다.

아울러 대한체육회엔 권익위 결의 내용을 시·도체육회 관련 규정에 반영(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무처장은 이사회 동의를 거쳐 회장이 임명한다'는 기존 조항을 '사무처장은 지자체와 사전협의를 통해 수립된 임용계획에 따른 공모절차 및 이사회 동의를 거쳐 회장이 임명한다'로 바꾸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검증 절차도 없이 사무처장 임용이 이뤄지는 기존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이를 포함한 제반 규정을 손질하고자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운영 중이다.

한 체육인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사무처장을 뽑아야 한다. 능력이나 자격에 대한 냉정한 검증없이 선거에서 공을 세웠거나 측근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 곽희상 사무처장도 재도전에 뜻이 있다면 당당하게 공개채용 방식을 수용하고, 후보 중 한명의 자격으로 관련 절차를 똑같이 밟으면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위 권고 명분 얻은 시도 관심

지난해 말 권익위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인천시도, 아직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규정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런 추세를 현 상황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시체육회장 재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최근 인천시는 인천시체육회에 전국 17개 시·도 체육회 사무처장 채용(방식)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인천시체육회가 나서 해당 내용을 파악한 결과, 대구시체육회가 2019년 1월 공개모집으로 사무처장을 뽑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체육회 역시 권익위 권고 이전인 2019년 1월 이미 공개모집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무처장을 뽑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체육회장을 겸직하고 있던 당시, 기존 관행대로 사무처장을 내정해 내려꽂지 않고, 사무처장 후보로 나선 이들을 대상으로 체육인(체육회 대의원)들이 뽑도록 해 박수를 받았다.

물론, 이 때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처럼 '사전협의를 통해 수립된 임용계획에 따른 공모절차'가 이뤄지지는 않았고, 단순히 대의원 투표를 통해 뽑았던 것은 한계다.

이에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이번엔 제대로 공정한 임용절차를 마련해 시행하자는 게 인천시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대로, 향후 사무처장 임용 절차가 공개채용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인천시체육회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현 규정에 따라 사무처장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규생 시체육회장은 "인천 체육 발전과 체육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심사숙고하겠다. 또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