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새해에는 새 희망을 갖고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화합하는 정치가 되려면 힘을 가진 쪽에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상대방의 입지를 인정해야 진정한 협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날 가진 회견에서 기묘년 새해를 맞는 야당총재로서의 소회를 피력하고, 대선 패배후 지난 한 해 고통과 시련이 적지 않았던 점을 회고하면서 현 여권의 정국운영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지난 한 해 정국상황을 돌이켜보고 정치권이 반성할 점이 있다면.

 ▲지난 한 해는 야당으로도, 저 개인으로도 힘든 한 해였다. 야당을 벼랑 끝에 몰아넣어야 순조로운 정치가 된다는 지금 여당이나 김대중대통령의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3김정치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다. 상대방의 입지를 인정해줘야 진정한 협조가 나온다.

 -신년정국을 어떻게 전망하며 정국운영의 중점을 어디에 둘 생각인가.

 ▲크게 변할 게 없다. 야당을 계속 몰아붙이고, 정치판을 지금과 전혀 다르게 만들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공동정권이 내각제 약속 이행문제로 시끄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화합하는 정치가 되려면 힘을 가진 쪽에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야 상호간 경쟁 및 토론을 통해 정국운영의 틀을 만들지 않고 정치권, 좁게는 국회를 국민의 지탄이나 멸시의 대상으로 만들어, 무력화시킨 뒤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식으로 정치를 해나가는 게 문제다. 이것은 대중영합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권 일반을 아주 훼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정치가 서로 목숨을 뺏고 빼앗기는 것 같이 돼버린 이유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데, 야당을 벼랑으로 몰아넣는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경제청문회는 어디에 역점을 둘 것인가.

 ▲청문회 특위구성에서 여야동수는 절대로 필요하다. 청문회를 여당의 일방적인 정치목적에 따르는 것을 방지하고 제대로 된 정책청문회로 끌고 가기 위해서다. 여야 동수는 과거 특위의 경우 국회 관행으로 해온 예가 얼마든지 있다.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다.

 증인의 경우도 일단 경제청문회를 여야 합의로 하기로 한 이상 우리는 정면대응하자는 것이다. 어느 한 쪽에 덮어씌우는 식이 아니라 정책청문회를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하자는 것이다. 특정인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