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쌀쌀해 봄기운을 느끼기 어렵지만 분명 봄은 왔다. 자연이 먼저 느꼈다. 마르고 앙상한 가지 위에 새싹이 돋아났다. 자연 속 색감이 달라졌다. 어느새 겨울의 무채색 위에 봄의 연두색이 콕콕 박혀있다.

아직 새싹은 서툴러 옅은 색감이 콕콕 박힌 수준이지만 조만간 짙은 녹색으로 번질 것이다. 땅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잔뿌리로 봄비를 빨아들이고, 저마다 몸집을 키운 잎들이 따스한 햇볕을 받아들이기에 새싹은 울창해진다.

그런데 올해 우리 사회의 봄은 아직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우울감에 빠졌다. 거실에 들여놓은 봄빛만으로는 봄이 왔음을 느끼기 부족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정치는 50대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만 봐도 그렇다. 최근 여성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정치인은 중년의 남성이란 공식이다.
여야는 매 선거때마다 정치의 봄을 위해 다양한 인재를 영입해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물갈이를 강조해왔다. 특히 청년, 여성, 정치신인 발굴도 약속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권 하반기를 유지해야 하는 여당과 다수 의석을 차지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당이 선택한 것은 참신하고 신선한 정치신인보다는 싸움 잘하는 기성 정치인이다.
단적으로 21대 총선에 도전하는 경기도내 예비후보자 557명 중에서 30대 미만은 단 8명에 불과하다. 50세이상 60세 미만은 241명에 달한다.

공직선거법에 '지역구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는 규정이 있음에도 여전히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선거로 가능하다지만 각 당이 내세운 후보들은 여전한 경우가 많다.
이 수많은 난관을 뚫고 나온 새싹 '정치인'에게 코로나19 여파가 악재로 작용해 더 힘들어졌다.
그런데도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 정치개혁을 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봄이 와도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 한 숲은 울창해지지 않는다.

처음은 힘들다. 가지 속살을 헤집고, 찢고, 온몸으로 부딪혀 이겨낸 싹만이 세상을 짙은 녹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

우리가 새싹 정치인에게 기대를 하는 것은 그 어렵다는 '처음'을 이겨내서다. 연두색의 새싹. 듣기만 해도 마음이 파릇파릇해지는 단어. 이번 총선을 통해 누군가가 새싹이 되길 기대한다.

최남춘 경기본사 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