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 어디를 가든지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대하면, 그런 느낌이 든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필수품이어서 그런가. 비말(飛沫)을 막으려고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일을 본다. 출·퇴근을 할 때는 더 그렇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엔 어김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행렬을 볼 수 있다. 이젠 별로 낯설지 않지만, 사뭇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듯해 씁쓸함마저 감돈다.

마스크는 본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위선적 얼굴'을 그릴 때 사용한다. 배우들이 특정한 역할에 쓰는 '가면'을 의미한다. 아무튼 마스크 대란에 이어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는 마당에 용케도 다들 마스크를 구입해 쓴다. 코로나19란 놈의 대단함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하긴 '면 마스크 의병단'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니, 여기엔 마스크 제작 자원봉사자들의 힘도 한몫 했으리라. 국내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무척 흔한 일상이다.

코로나19 공포는 주말 풍경을 확 바꿔놓았다. 평소 같으면 북적거릴 거리마다 썰렁하다. 감염이 두려운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고 집안에 콕 박혀 지내서다. 이러니 일반 상점·식당·시장 등지의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다. 장사가 안 되니 휴업을 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대구·경북이야 벌써 오래됐지만, 지금은 온나라가 한꺼번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가히 '재난수준'으로 부를 만하다. 생계를 책임져야 할 상인들의 긴 한숨 소리에 마음이 무겁다. 더구나 WHO(국제보건기구)가 지난 12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이들은 더욱 나쁜 날들을 보낸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증시는 폭락과 반등으로 널뛰기를 거듭하는 등 세계 경제에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사람의 비말로 전염되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코로나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답답함·우울감·무기력증 등을 하소연한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엔 코로나19 관련 보도 투성이고, 어쩌다 사람들을 만나도 코로나 얘기뿐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인간(人間)이란 무엇인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뜻하지 않는가. '인간 대 인간'이 주를 이루지 못한다면, 정말 살 맛을 잃어버릴 터이다. 사람끼리 관계가 소홀하거나 부족하면, 세상을 살아가기 아주 힘들다. 한데 코로나19란 놈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일상의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래도 코로나19는 언젠가, 아니 빨리 종식되리라 믿는다. 코리아는 코로나를 반드시 이긴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