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확인이 필요한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경기도 등에 거주하는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들이 마스크 구입 사각지대에 놓였다. 정부는 출생연도에 따라 일주일에 마스크를 2장만 구입할 수 있는 5부제를 지난 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마스크를 사려면 출생연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주민등록증 등)이 있어야 한다. 일종의 인증 절차지만,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공식 신분증이 있을 리가 없다. 마스크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들이 마스크를 구하려면 한국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을 통해 대리 구입하거나, 내국인이 확보한 마스크를 얻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도 마스크를 사려면 약국 등에서 장시간 줄을 서야 겨우 구입할 수 있는 현실에서 선뜻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음성적으로 마스크를 사들이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들은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신분이 탄로나 강제추방당한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외국인은 적지 않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외국인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미등록외국인은 39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당국은 불법체류자가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미등록외국인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생명과 안전을 담보받을 최소한의 권리가 있다. 이것은 법 이전에 보편적 인류정신이다. 그들 대개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을 것이다. 범죄자가 아니다. 설사 범죄자라 하더라도 마스크를 쓸 권리는 있다.

작금의 상황이 엄중해 정부가 불법체류자까지 신경쓸 경황이 없겠지만, 그들에게 최소 분량의 마스크라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법만 따질 때가 아니다. 불법체류자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되면 우리 국민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