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코로나19 대량감염 사태를 일으킨 신천지교회에 대한 수사에 미온적인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사태 초기 신천지 대구교회의 증거인멸 등 여러 혐의가 포착되자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대구지검은 두 차례나 반려했다. 보다 못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검찰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신중함이다. 국가적·사회적 파문이 일어났을 때 검찰의 기존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신천지를 강제수사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검찰에 수사에 나서지 않는 진의는 모르겠지만, "적극적인 수사는 국가 방역시스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검찰 관계자의 설명은 궁색해 보인다. 이 말이 타당하려면 신천지가 자발적으로 협조해 차질없는 방역으로 이어졌어야 했다. 지금은 시민들의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당연히 국가기관들이 총체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검찰 수사가 방역에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은 궤변이다.

신천지 교단이 사실을 누락·은폐하고, 신도들은 거짓말하거나 동선을 감추는 등 조직적으로 방역당국의 조사를 방해한 정황은 차고도 넘친다. 신천지가 코로나 종식에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신천지 측의 헌금강요과 자금 불법운용 등 실정법 위반에 관한, 전 신천지 교인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하고 정교한 수사력을 갖춘 검찰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

검찰은 지난날 영생교 신도살해 암매장사건, 구원파가 개입된 세월호 참사 당시 적극적인 초동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민첩하고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 당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검찰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면 상식적인 판단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