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여성 '억압의 뿌리'는 같아
자본주의 가부장제 구조
인간·남성의 착취 정당화
환경·젠더문제 심화 속
'에코페미니즘' 다시 주목
▲ 마리아 미스·반다나 시바 지음, 손덕주·이난아 옮김, 창비, 524쪽, 2만5000원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낯설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뒤에 뛰는 맥박은 항상 여성들이 자기 삶을 지키고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데 동력이 되어왔다. … "오직 연계하라." 이 말은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 군사주의, 기업을 대변하는 과학, 노동자 소외, 가정내 폭력, 재생산기술, 섹스관광, 아동 성추행, 신식민주의, 이슬람 혐오주의, 자원착취주의, 핵무기, 산업 유독물질, 토지 및 수역 점탈, 삼림 파괴, 유전공학, 기후변화와 근대적 진보라는 신화 사이의 역사적 연계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정치적 틀은 내가 아는 한 에코페미니즘 밖에 없다."(개정판 서문 5~6쪽)

성장과 이익창출이라는 목표를 앞세워 자연과 여성, 제3세계의 착취를 정당화해온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모른다. 이 견고한 패러다임에 맞서 자연에 대한 폭력이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 해방과 여성 해방의 길이 다르지 않다고 선언한 생태주의 페미니즘의 기념비적 고전 <에코페미니즘> 개정판이 출간됐다.

사회학자인 마리아 미스와 핵물리학자인 반다나 시바의 공저로 1993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을 통해 발전중심주의와 남성중심사회를 전복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저자는 독일인과 인도인, 사회과학자와 자연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와 환경운동가라는 서로의 차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고 다양성과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 관점의 기반으로 삼았다.

풍부한 사례를 동원해 이론과 실천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역동적인 글쓰기는 인간과 비인간, 여성과 남성, 서구와 비서구의 이분법을 타개하고 다양성의 연계를 추구하는 '에코페미니즘' 개념의 보편화에 기여했다.
특별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현재의 관점에서 개정판 출간의 의의를 되짚는 저자들의 서문을 더해 읽을거리를 더 풍요롭게 했다.

2019년 UN에서는 이 책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들은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등과 함께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페미니즘 도서' 12선으로 꼽았다. 환경위기와 젠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명실공히 페미니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책의 가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난다.

두 저자는 서로를 단단한 풀처럼 엮어 연대를 시도한 여성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남성과 자본의 억압으로부터 생명과 환경을 지켜낸 사례들을 언급한다. 그 뜨거운 현장을 침착하고 객관적인 어조로 전하는 이들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앞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여성과 소수자의 노력을 체감할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오늘날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성의 관점에서 실천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에코페미니즘>의 귀환이 더 의미 있는 이유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