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쏟아내는 말이 아슬아슬하던 소설가 공지영이 큰일을 저질렀다. 사단을 일으킨 게 한두번이 아니라 국민들이 내성을 갖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번 일은 심각하다. 공지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잇따라 대구·경북 확진환자와 사망자 숫자가 강조된 전국 '코로나19 지역별 확진자 현황'과 '2018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나타내는 그래픽을 붙여서 올리고 "투표 잘합시다",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는 토를 달았다.

특히 코로나와 지방선거 자료의 대구·경북 상황을 동일하게 빨간 색으로 표기해 '야당 후보를 지자체장으로 뽑은 대구·경북 시민들이 투표를 잘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가봐도 사지를 헤매고 있는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손가락질한 것이여서, '대구 힘내라'를 외치고 있는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공지영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꾸준히 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해 왔지만 이번 파장은 급이 달랐다. "대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걸 정치로 연결하냐"는 비판적인 여론이 커졌다. 만약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도 경솔함의 극치며, 진심이라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죄를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입이 근질근질한 미래통합당은 "사람의 생명까지도 망령된 정치놀음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며 눈에 불을 켜고 나섰고, 보수세력도 성토에 가담했다.

한 보수언론은 "여권 인사가 우한 코로나 사태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라고 썼다. 공지영에게 '친여 성향'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몰라도, '여권 인사'라는 말에 더불어민주당이 놀랐을 것이다. 당연히 민주당은 거리두기에 나섰다.

한 인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격리보다 이런 태도가 더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숙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손쉬운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진 전 교수는 공지영의 해당 트위터를 캡처한 사진을 링크하면서 "공지영, 드디어 미쳤군. 아무리 정치에 환장을 해도 그렇지. 저게 이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라고 비난했다. 공지영은 장기간 진중권과 저잣거리 공방을 벌이다 "진중권 비난에 소름 돋는다. 이제 그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린 바 있지만 진중권은 쉽게 보내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여간 공지영은 대구·경북 시민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큰 폐를 키쳤다. 그러나 이번 일은 공지영이 쌓아올린 '구설(口舌) 의 탑'의 일부분이다. 그동안 그가 한 막말,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차고도 넘친다. 여하튼 국민을 신경쓰이게 하는 캐릭터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