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통한 혁신…최종 목표는 인천문화 발전"
▲ 인천문화재단 최병국 대표이사는 "인천이 가지고 있는 포용성을 바탕으로 젊은 작가들을 많이 유입하고 타 지역으로 유출됐던 좋은 작가들을 흡수하는 인프라 구축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인천문화재단
▲ 인천문화재단

내부 갈등 위기…인천시·문예계 혁신위 구성
취임 뒤 20여회 회의…혁신안 도출 노력
사무처장 폐지·결재라인 축소 등 슬림화

남은 임기 '문화예술 사업' 마음껏 추진
좋은작가 인천 찾도록 인프라 구축 최선

청년문화창작소 운영…예술인 공존 노력
원로·중진·신인 고루 혜택 시스템 구축중


인천의 문화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한다는 비전으로 2004년 출범한 인천문화재단.

조직 내부의 갈등과 같은 여러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재단은 2019년 문화예술계와 인천시가 참여한 혁신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어느 때보다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재단의 독립성 확보, 민주적인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직구조 개선, 문화 협치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 3개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혁신안이 마련됐고 재단은 현재 이 혁신안을 실행하는 단계다. 이 중심에 최병국 대표이사가 있었다. 지난해 2월 제6대 인천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한 그에게 1년의 회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 "뿌리깊은 나무도 중간에 가지를 솎아줘야 오래살죠"

최병국 대표이사는 지난해 2월26일 취임한 이후 20차례 넘는 혁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인천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인 인천문화재단이 그동안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가 여실히 도마위에 올랐다.

"15년의 역사를 거친 재단은 지역사회 기대만큼의 외적 팽창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창립 10년 넘은 재단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인 내부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었죠."

아트플랫폼과 트라이보울 등 창작공간이 생기며 재단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직원들이 순환근무를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영역은 확대되지 못했다. 요구에 의해 내부공모제를 추진했지만 같은 사람이 직책을 돌아가며 맡는 '회전문 인사'가 됐다.

"나무가 나이를 먹어도 중간에 솎아주지 않으면 죽습니다. 치열한 생태계 속에서 재단의 침체된 구조가 큰 문제였죠. 새로 들어온 젊은 세대들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의식과 인내심이 다르죠. 참고 기다리고 합의하기 보다는 자기 생각을 뚜렷이 주장하는 편입니다.

조직 내 여러 부류를 원활하게 융화시키는 숙제도 있습니다."

최 대표이사는 이렇게 1년간은 인천문화재단에 지적된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1년이란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고 느끼는 이유다.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사무처장제도를 폐지하고 결재라인을 축소했습니다. 대표이사가 현장과 가까워진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중간에서 걸러줄 중간 직책 간부가 빠져 검증과 확신에 대한 불안도 존재합니다."

# 힘들었으나 좋은 시간

그는 "너무 끌려다녔다"고 1년을 돌아봤다. "재단의 안정화가 우선이었고 혁신안 도출이 시급했기 때문에 고유의 문화예술 콘텐츠 사업을 마음껏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은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에요."

'최병국표 정책'을 고민하면서도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전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전문가와 소통해 방향을 잡으려 한다. 최종 목표는 인천의 문화발전이다.

"각계 계층 분야의 고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들으며 차근차근 해나갈 방침입니다. 좋은 예술 공연이 있다면 선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청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소외되거나 외롭게 작업하는 이들에게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재단 대표이기에 앞서 회화와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인 그는 인천의 문화 색채는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고 진단했다. 경륜과 실력을 갖춘 작가로서 정책을 마련할 때 업계 현상과 배경을 이해하는 안목은 필수적이다.

"달콤함 보다는 짜릿하고 강렬함, 부드럽기 보다는 거친 듯 야성적인 느낌이 인천이죠. 여타 지역과 비교해 비판적인 양상도 예술작품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인천만의 특색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타인 입장에서 배타적으로 보일 수도 있죠."

최 대표이사는 이런 인천 문화예술의 특성 속에서 지역의 평론계와 학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때 중심을 잡아주길 바랐다.

"서울 같은 경우 대학 화랑가나 비평단체에서 걸러지는 부분들이 확실히 있지요. 예술분야의 구조가 약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중심축이 인천도 필요합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포용성은 큰 장점이지요. 해불양수의 도시로서 젊은 작가들을 많이 유입하고 타 지역으로 유출됐던 좋은 작가들을 흡수하는 인프라 구축에 힘쓸 예정입니다."


# 나만의 색깔 보여줄 때
인천문화재단은 최근 노사 협의를 통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서 올해 중장기 계획발전 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최병국 대표이사는 용역을 통해 인천문화재단의 성격을 가진 사업이나 지역 문화예술을 드러낼 수 있는 사업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제시된 사업들을 현실에 맞게 반영하며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청년문화창작소를 운영하고 인천형예술인을 지원하는 등 예술로 공존하는 플랫폼을 실현하기 위해 매진하려 한다. 원로작가 세대와 중진·신진, 청년들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분야별 자부심과 자기세계가 뚜렷한 세계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추진할 때 논쟁이나 갈등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자체를 예술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차이를 인정하며 기다리는 미덕을 배웠습니다. 혁신위원회를 통해 표출된 비전들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또 1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는 가시화된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올바른 과정과 절차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스미듯이 좋은 성과를 낼 것이고 여기에 직원들이 동참할 것입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최병국 대표이사는

출생
· 1957년 8월 13일, 인천

학력
·1986 ~ 1989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1977 ~ 1984 서울대학교 회화과 학사

경력
·2019.2.~ 제6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6.3. ~ 2018.2.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2015 인천아트플랫폼 운영자문위원회 위원
인천시 시민행복정책자문위원회 위원
·2014 인하대학교 예체육학부 겸임교수
·2011 한국미술협회 인천광역시지회 회장
·2010 ~ 2016 국제미술진흥협회 회장
·2004 ~ 2006 남동문화원 부원장

전시 이력
·1988 한국화 의식의 전환전(동덕미술관)
·1989 한국화신형상(문예진흥원)
·1990 동방의 빛(키에프미술관)
·1991 개인전(인데코화랑)
·1991 한국화의 오늘과 내일(워커힐미술관)
·1997 다시 만남전(웅갤러리)
·1999 인천미술 가능성과 제안전(해반갤러리)
·2005 개인전 (인사아트센터)
·2013 인천애(인천 선광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