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 146명이 지난주 임시 생활시설인 경기도 이천 국방어학원에 입주했다. 충남 아산, 충북 진천에 이어 세 번째다. 이천 시민들은 정부 결정을 두말없이 수용하고 교민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심지어 환영한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우한 교민들을 환영합니다', '편히 쉬었다 가세요' 등등.

일부 현수막은 쉽지 않은 결정을 흔쾌히 내린 (이천시) 장호원읍 주민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우한 교민이 (신종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 그런 것도 아니다. 반대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장호원 주민의 말에서 가슴 뭉클함이 느껴진다.

다른 지역의 예가 기억에 생생하다. 지난달 정부가 우한 교민 수용지로 아산과 진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에서 난리가 났다. 많은 주민들이 하던 일을 접어두고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수용시설의 진입로를 트랙터로 막아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중국과 관련된 문제라면 쌍심지를 켜고 나서듯이 여기도 정치인들이 기피와 혐오의 선두에 섰다.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는 교민 수용을 규탄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의도와는 달리, 절망 속에 귀국한 교민들에게 그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두 지역 주민들은 반대 현수막과 시위용 천막을 자진 철거하는 대신 '환영합니다!! 힘내세요', '편히 쉬다 가세요!!'라는 팻말을 들었다. '적대'는 역시 정치인들의 생존법이지, 시민들에게는 이식이 쉽지 않은 숙주였다. 아산과 진천에 머물던 우한 교민 700명은 지난 15~16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혹자는 이를 두고 우리 민족의 저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국가적 문제나 위기가 닥쳤을 때 유달리 공동체 정신이 발휘됐던 것을 떠올린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 전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충남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행했을 때 연인원 212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기름띠 제거에 나선 것도 그렇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냄비근성을 끌어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냄비면 어떻고, 학습효과라 하면 또 어떤가. 국가적인 위기에 냄비근성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민족이 얼마나 많은가.

한낱 바이러스를 놓고 정파간·진영간 빚어진 한심한 작태의 고리를 끊어내고, 서로 이해하고 도와가며 고난을 극복해야 할 시간이다. 이 일 또한 일반 국민들의 몫일 것이다. 바이러스가 움츠러드는 기미를 보인다고 한다. 힘을 내보자.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