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되는 것에만 주목하고 다른 것은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으로, 객관성은 무시된다.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이라고도 한다. 케이크 위에서 달콤하고 비싼 체리만 빼먹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 사회는 이미 여기에 몰입돼 있다. 특히 페이스북·트위터·커뮤니티 등 인터넷 공간은 확증편향자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유튜브·포털도 네티즌들의 구미를 당기는 콘텐츠만 계속 모아대면서 확증편향을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보수·진보 등 진영논리에 몰입된 사람들이 주도하는 듯했으나, 요즘은 특정 자체가 무의미가 할 정도로 사회 이슈만 떠오르면 얼굴을 붉히는 논쟁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혹자는 확증편향이 디지털시대에 생겨난 것처럼 얘기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차원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선비들은 다른 당파와 맞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조나 절개로 미화되기도 했지만, 편견과 모함 등이 난무했던 당파싸움의 실상을 보면 확증편향의 극단처럼 비춰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확증편향이 제때를 만난 것 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으므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초기부터 대두되더니,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중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와 경계심, 배제는 인류애에 어긋나므로 출입국장에서의 철저한 조사·방역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기확신이 강하고 오피니언 리더 위치에 있는 학자·정치인·종교인들 사이에 팽팽한 전선이 형성됐다. 언론사들도 예외는 아니며, 같은 언론에서 기고자들의 시각차가 확연한 경우도 자주 빚어진다. 이른바 확증편향의 충돌이다.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또 다른 논란이 펼쳐졌다.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뒷북치기라는 혹평도 나왔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총론 외의 각론에서도 확증편향은 횡행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도 간단치 않다. 원래 확증편향은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적어도 이 시점 만큼은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 같다. 그것 또한 확증편향의 한 단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종류 못지않게 복잡한 세상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