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은 14일 남북관계와 관련해 "남북협력이 북미간 관계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민족의 문제인 남북관계를 좀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발언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북미관계의 진전여부를 지켜보며 보폭을 조절해 오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개별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주체적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것은 북한의 '정면 돌파전' 선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정면 돌파론'을 역설했다. 미국의 '선 비핵화, 후 경제지원' 요구를 거부하고 '자력갱생,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한 정면돌파론을 선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북한의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남북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접경지역인 경기도와 강원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앞 다퉈 대북협력 사업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3일 "개성관광 실현을 위한 서명운동과 DMZ 국제평화지대화 사업 등 경기도식 대북교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지사는 "평화시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년 다짐과 함께 5개 분야의 '2020년 경기도식 평화협력정책 및 대북교류사업 추진방향'을 소개했다.

'평화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는 지난 10일 확정된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함께 남북교류사업의 중심으로 입지를 굳힌다는 포부에 들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던 강원도는 2024년 경기 일부를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 발전의 또 다른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인천은 새해 들어 보름이 지나도록 남북협력에 대한 별다른 발표가 없다. 박남춘 시장의 신년인사말이나 기자회견에서도 영종-신도간 도로 착공 이외에는 구체적 언급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개성공단 피해업체들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열망하는 300만 인천시민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정찬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