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내고 적대관계 풀어야

 

▲ 가래질 못하는 노비를 때린(攵복) 후 멀리(方방) 쫓아내는 放(놓을 방). /그림=소헌

 


중원에 터를 잡았던 상(商)나라의 서쪽에서는 작은 제후국 하나가 성장하고 있었다. 마지막 임금인 주왕(紂王)은 '달기'라는 후궁에게 빠져 주색(酒色)으로 세월을 보내는데,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화로운 궁궐을 짓는 등 폭정이 더해졌다. 마침내 정벌에 나선 무왕(武王)은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무왕은 무기를 거두었으며 말은 돌려보내고 소는 들에 풀어놓아 다시는 전쟁에 쓰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이로써 '귀마방우(歸馬放牛)'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

미국이 바그다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암살했다. 무인비행체인 MQ-9리퍼라는 드론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군을 통하여 보복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미국은 중동지역에 군력을 보강하며 전략폭격기를 파견하고 있다. 일촉즉발(一觸卽發) 긴장이 돈다.

금전방우(禁戰放牛) 전쟁을 멈추고 소를 풀어 놓아주다. 세계대전 이후 강국들은 핵무기 개발에 광분했다. 결국 먼저 파멸에 이르는 것은 그들 자신이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로서는 2년 전 '평양공동선언'을 선포했다.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강토 전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한 것을 골자로 했다.

禁 금 [금하다 / 삼가다 / 감옥]
①나무울타리(林림)를 쳐서 제사를 드리는 신령한(示시) 땅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다. 이런 풍습으로 근대까지도 여자들은 제사상에 얼씬도 못하게 금지(禁止)시켰다.

②특히 여종들은 구경도 못하게 했다. 그녀들은 정신을 팔리게 하는 요물이었던 것이다.

③그래서 나온 글자가 (탐할 람)이다. 음탕한 마음은 울타리 아래에 깊이 가두어야(禁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女)만 보면 삐져나오는 몹쓸 기운이 탐욕이다.


放 방 [놓다 / 내쫓다 / 석방하다]
①方(모 방)은 통나무배나 쟁기모양에서 왔다. 또는 세모 네모로서 물건의 귀퉁이나 공간의 모퉁이를 가리킨다. 한 방향으로 가는 배와 쟁기의 특성을 살려 방위(方位)를 뜻한다.

攴/(칠 복)은 손(又)에 몽둥이나 회초리(卜)를 들고 때리거나 채찍질하는 것이다.

③가래질을 잘 못하는 노비를 몽둥이로 때린() 후 멀리(方) 쫓아내는 뜻이었던 放(방)은 점차 놓아주는 글자가 되었다.


牛 우 [소 / 희생]
①牛는 뿔이 난 한 마리의 소다. 처음 글자는 뿔이 양쪽으로 올라섰으나 나중에 하나가 생략되었다.

②牛를 부수(우)로 쓰면 신성한 제물이나 농사와 관련된 의미를 갖는다.

한강토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입방아질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앞서 각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들을 전면 폐기하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미국은 제국주의로의 회기를 포기하라. 그것이 진정한 동맹(同盟)일 테니 삶은 소대가리도 벌떡 일어나 쟁기를 끌겠다고 나설 것이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