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진작가서 환경운동가 변신
훼손 현장 고발 … 올 '대통령 표창'

 

"400㎞가 넘는 긴 여정 속에 독을 품은 강물을 서해의 짠물과 만나 해독시키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는 곳이 바로 한강하구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65·사진) 이사장이 지난달 16일 개막된 제1회 '한강하구 생태환경예술제'에 앞서 청소년들과 함께 한강하구 생태탐방을 진행하면서 내놓은 한강하구에 대한 정의다. 한강하구에 대한 이런 자신 있는 설명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김포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짠물과 민물이 만나는 한강하구는 기수지역으로 생명의 근원이 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다.

환경단체를 이끌기 전 윤 이사장은 김포시 처음으로 사진 동우회를 결성해 이를 계기로 김포문화원장까지 역임한 김포를 대표하는 향토사진작가다. 경기도사진대전 초대작가를 거쳐 현재 운영위원장과 한국사진작가협회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것은 30대 중반인 1990년대 초 한강하구 개발이 본격화하던 때다.

"수도권을 대표했던 김포의 들녘이 개발에 점차 사라지면서 겨울 한 철을 보내기 위해 매년 수천㎞를 날아와 장관을 연출하던 재두루미의 모습을 예전처럼 보기 어렵게 됐지만 아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개발로 훼손되는 한강하구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철새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은 2008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세계람사르 협약 당사국총회'와 2009년 국회에 초청 전시되며 환경훼손에 대한 경각심과 감동을 함께 선사했다.

그는 한강하구의 훼손과 철새들의 모습을 사진 기록으로만 남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윤 이사장은 2007년 '김포 홍도평야에 도래하는 재두루미와 황오리 개체수 변동추이'에 이어 2008년 '2000㎞ 여정 한강하구의 재두루미, 17년의 기록'을 사진과 연구자료 논문으로 발간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한강하구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와 '생명의 강, 희망의 날갯짓'을 연달아 발간하며 개발로 내몰린 철새들의 고향, 한강하구의 현실을 고발했다.

한강신도시를 조성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김포시에 기부채납한 한강하구에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한강조류생태공원도 그의 문제 제기와 언론보도로 얻어낸 성과다.

올해 그는 이런 노력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지난 15일 김포아트빌리지 전시실에서 폐막한 그의 사진전 '영원히 기억될 순간, 한강하구 생명의 날갯짓'을 관람하러 온 60여 명의 영화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또 한 번 한강하구 자연생태 투어 해설사로 나섰다.

"자연은 꾸밈이나 기교 없이 생명의 참모습으로 우리들의 얼크러진 삶의 타래를 정연하게 만드는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

때 묻고 탁해진 우리의 마음을 순수의 빛으로 다시 채워 준다는 자연.

윤순영 이사장은 "자연을 수평적인 관계로 바라볼 때 한 걸음 더 자연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며 "사람이 중심일 때 자연은 무의미하게 사라진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포=권용국 기자 k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