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숨어있는 힘 발휘하도록 돕고파"

90년대 첫발 … '여성 권익 향상' 앞장
"가정폭력, 강력한 법·제도로 개정을"



"여성의전화를 만나 교육을 받으면서 삶의 의문이 풀렸습니다. 제가 여성의전화와 함께 성장했으니 후배 여성들이 각자 숨어있는 힘을 발견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광명 여성의전화 정애숙(55·사진) 대표의 첫 일성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광명시 평생학습원 2층 대강당에서 2019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기념하며 '여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진행했다. 실제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 4명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놨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200여 명은 숨을 죽이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자녀와 함께 끔찍한 경험을 한 생존 여성들은 용기를 내서 마이크를 잡았고, 그들의 '전혀 사소하지 않은' 가정 폭력 사례는 깊은 공감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마친 후 생존자로 마이크를 잡은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밝히고 나니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는 소감을 말했습니다. 행사장에서 소리없이 함께 공감한 참석자들의 응원과 연대가 생존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습니다."

정 대표는 결혼 후 시흥시 생명의전화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1997년 5월에 시흥 여성의전화가 주최하는 교육을 받으며 여성의전화와 인연이 시작됐다. 교육을 받으며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삶의 의문들이 풀렸다는 정 대표는 같은 해 8월 시흥 여성의전화에서 실무자로 나선다.

그렇게 시작된 여성 운동은 광명 가정폭력상담소장, 안양 성폭력 상담소장을 역임하고 2017년부터 광명 여성의전화 대표를 맡았다. 광명시에서 초·중·고교에 다닌 정 대표는 첫 시작은 시흥이었지만 고향이고 친정 가족들이 사는 광명에 애정이 많아 활동 마무리는 광명시에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성 운동과 함께 20여 년을 보낸 그가 체감하는 1990년대와 현재 대한민국 여성의 권익 향상은 어느 정도일까.

"20년 전과 비교 했을 때 현재 여성은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됐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정서적, 사회적 평등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은 가정 직장 사회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것도 여전히 남성 우월적 사고가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가정 폭력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법과 제도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 대표는 20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가정 폭력은 개인들의 영역이라는 대한민국의 가부장적 사고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은 살수차로 쏟아붓는 물이 아닌 지속해서 떨어지는 작은 한 방울의 물"이라며 "여성 폭력 생존자가 가해자를 피해 숨어 살지 않으며, 여성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작은 한 방울의 물이 되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 광명=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