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흥 논설위원

인천을 상징하는 새는 두루미다. '뚜두루, 뚜두루' 소리를 내며 운다고 해, '두루미'라는 순 우리 이름이 붙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202호다. 한자로는 학(鶴)이라고 쓰는데, 장수와 무병을 상징해 십장생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에는 유난히 두루미가 많았다고 한다. 문학동, 선학동, 청학동, 학익동, 임학역, 송학동 등이 두루미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인천 연고 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의 마스코트 유티(UT)도 두루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인천시청 어린이집 이름도, 인천의 장애인 협력봉사단체 이름도 '두루미'다.

지금은 신도시로 변한 인천 연희동과 경서동에는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된 '두루미 도래지'가 있었다. 하지만 매립지와 청라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두루미 도래지도 사라졌다. 이곳에 수없이 날아들던 새들도, 매립지에서 마지막 한 마리가 사체로 발견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인천시는 2017년 말 인천의 상징물로 점박이물범과 등대를 선정했다.
1차 후보였던 인천의 상징 새 두루미는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 서식지를 파괴하고 쫓아낸 뒤에, 인천의 상징에서마저 지워버린 것이다.

그런데 강화도 갯벌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두루미가 하나둘씩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화지역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탐조활동과 보호활동을 차근차근 벌여나갔다. 그 덕분에 2000년 초 10마리에 불과했던 개체수가 2018년에는 45마리로 늘어났다.

인천지속가능협의회와 인천광역시는 지난달 30일 강화 동검도에서 두루미 탐조행사를 가졌다. 강화도와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인천 예송중학교 학생, 교사 25명이 동참했다. 비록 흐린 날씨였지만 두루미 8마리가 먹이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이곳 두루미들이 물을 마시는 습지가 훼손된데다, 바로 옆에 인삼밭이 들어서면서 농약이 흘러들 염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장을 확인한 인천시 관계자들이 '물웅덩이 주변 농토를 사들여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간의 생존은 자연과 함께해야 한다. 환경이 파괴되고 동·식물이 사라진다면 그 다음 재앙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차례로 돌아오게 된다. 인천의 상징 새인 두루미를 찾고 보전하는 활동들이, 인간과 생태계가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