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흥 논설위원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 양쪽의 힘겨루기에 밀려 곤혹스런 모습이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고, 전통적 우방이라던 미국마저 우리를 옥죄고 있다.

얼마 전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던 미국은, 최근 '미군주둔 방위비 분담액'을 최고 5배까지 올려달라고 한다. "우방국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미국 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식 막무가내는 계속되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는 더욱 가관이다. 일본과 역사·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막판 미국의 끈질긴 압력에 밀려 결국 연장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고 한다.

북한은 북한대로 강경한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23일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우리 측 시설 철거를 요구했다.

그 다음날에는 "만약 남측이 시설을 거둬가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지난 21일에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하는 외교적 결례를 서슴지 않았다. 25일에는 서해 접경지역에서 해안포를 쏘아대며 '9·19 남북군사합의'까지 무력화시켰다.

이런 가운데도 민간의 남북 교류 활성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반도 통일의 중심지를 자처하는 인천의 움직임은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5일 시청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일 강원도 고성군 DMZ 박물관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재개 전국 대표자 회의'에도 인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 결의문에서 "남북 교류 협력사업을 대북 제재의 틀에 가두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 22일에는 인천광역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평화미래도시, 100년을 여는 인천'을 주제로 '2019 인천 민족화해 포럼'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6·15 남측 인천본부 32개 회원단체를 비롯한 인천지역 주민들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은 권력자들 몇몇의 손에 의해 좌우되는 문제가 아니다. 7500만 겨레의 염원이자 우리 민족의 한결같은 숙원이다.

정부가 주변국가들의 등쌀에 밀려 주춤거릴수록, 시민사회가 앞장서 '평화와 통일'을 향한 목소리를 높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