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촛불의 힘으로 … 약자의 세상 밝히다
▲ 김영균 시민운동가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분권 개헌 피켓을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이 길에  뛰어든 계기는

신문 배달하며 눈뜬 공부에

올바른 정책 필요성 깨달아

노동자·여성 권익 힘쓰기로

 

수원에서 펼친 활동은

3·1운동 100주년 기념비 추진

경기민주화 운동사 편찬 활약

일본 경제침략 규탄에 앞장

유럽 최초 소녀상 주도까지


바쁜 일상과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세상일에 관심을 쏟으면서 살기란 쉽지 않다. '시민운동가'라는 별칭을 가진 이 남성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시선은 항상 참된 민주주의 실현과 인권, 평화로 향해있다. '시민운동'이 있는 현장에서 늘 함께하는 인물이자, 수원을 대표하는 운동가인 김영균(49)씨.

김 운동가는 수원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일본경제침략 수원시민행동, 수원 평화나비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토록 많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염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민운동가의 길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동안 실천한 행동에서 '열정'이 묻어난다.

김 운동가는 '수원시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비 건립 시민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18년 10월 수원에선 선조들의 독립정신 등을 기리자는 취지의 기념비 건립 운동이 시작됐다. 청소년에서부터 노인까지 각계각층이 참여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 물결은 잔잔했다. 앞서 시민운동가 '소수'가 모여 수원지역 항일 독립운동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발자취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만나 머리를 맞댔고, 시민 성금으로 건립하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컸다. 시민 수천 명이 "역사의 날을 기억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전달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목표액(5억원)도 단번에 모였다. 기념비는 오는 12월20일 수원 올림픽 공원에 세워질 예정이다.

2017년에는 경기도 민주화운동 역사를 총망라한 최초의 종합기록이자, 역사서인 '경기민주화 운동사'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도 힘썼다.
이 밖에도 일본 경제침략 규탄 항일운동, 남북평화 기원 등 사회 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를 앞장서서 대응했다.

"촛불혁명, 항일운동 등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해결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그가 시민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했다. 30여년 전,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이란 것을 알았고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생활고로 고등학교 졸업 대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공사장 등 늘 힘든 현장과 마주하면서 서민의 애환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신문 배달을 시작했을 때 일이다. 야학에 신문 배달을 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공부를 시작했다. 배움이 늘수록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군사독재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기득권 유지 등 올바른 정책을 펴지 않는 정부의 행태에 분노했다.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지 않는 정부를 보면서 그동안 경험했던 부조리와 불합리, 불공평에 대한 이유도 찾게 됐다.
그는 곧장 수원사랑 민주청년회, 여민회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서민 등 약자의 권익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청년, 노동자, 여성 등 그들만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귀담아들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마음에 처음 시작했어요."

운동가의 길을 걸은 지 어느덧 30여 년. 힘겨운 일을 늘 맞닥뜨리면서 흔들릴 법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시민운동가'로 남는다고 한다.

"과거 선조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선조들은 밥이 없으면 나눠 먹으면서까지 활동을 이어갔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았죠. 힘든 일이 있으면 돌파구를 찾아서 해결하면 됩니다. 한번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겠습니다."

끝으로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참 많이 필요합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의도 해야 하고, 항상 귀가 시간이 늦어요. 일찍 들어오면 가족들이 의아해 할 정도로 바빠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죠. 이런 점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가족에게 고맙습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김영균 시민운동가는?]

인권, 민주화운동, 항일운동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 무대는 수원이다.

올해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시민 주도의 '기념비 건립 운동'을 추진했다.

또 일본 경제침략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단체 140곳이 연대한 '수원시민행동'에서 앞장서 활동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수원·안양·부천 등 경기지역 31개 시군에서 펼쳤던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담은 '경기민주화 운동사' 편찬위원으로 활동했다.

2016년에는 독일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지역의 공원(네팔 히말라야 파빌리온)에 있는 '유럽 최초의 소녀상'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밖에도 수원평화나비 운영위원,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 자치분권협의회 위원, 수원그린트러스트 지도위원 등에서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