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자기네 교리를 믿으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하는 종파가 있었다. 영적인 영생을 강조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교단의 신도살해 암매장 의혹이 불거졌을 때 본부를 찾아 취재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육신이 천년이고 만년이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신도들은 황당한 이 얘기를 믿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여신도는 "흰 머리가 검게 되고, 끊어진 생리가 다시 시작됐다"며 영생을 확신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영생을 그토록 강조해 온 교주는 사기·살인교사 혐의 등으로 감옥을 드나들다 평균수명도 살지 못하고 72세에 죽었다. 

세월호 참사는 또 다른 사이비종교의 실체를 드러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사실상 '00파'라는 종교집단 소유라는 것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이 종파의 교주 역시 검·경의 추적을 피해 달아났다가 전남 순천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최근에는 한 사이비 교주가 폭력과 아동학대, 사기 등을 포함한 다중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사이비종교는 명백하게 법에 위반되는 사단을 일으키지 않는 한  좀처럼 수사대상이 되지 않고, 교주 또한 실정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대개의 정권이 "종교를 건드리면 (정권 유지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이비종교의 특성은 다양하다. 이중성, 폭력성, 배타성, 중독성 등 각종 부정적인 요인이 내재돼 있다. 교주 신격화는 기본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학력이나 지위가 높은 신도들이 적지 않고, 교단은 그것을 한껏 내세운다는 점이다. "이렇게 잘난 사람들도 믿는데 사이비로 치부할 것인가"라는 항변과도 같다. 

실제로 위에 거론된 종파 신도 가운데는 교수, 정치인. 기업가 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단에 빠지는 데는 학력이나 지위가 소용없다. 사람의 성향 문제다. 

한번 이상한 종교에 몰입했던 사람은 설사 헤어나더라도 또 다른 사이비종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극적이고 뇌쇄적인 교리에 예속되지 않고는 삶을 이어갈 수 없는 인간 유형이다. 

문제는 그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피곤하다는 점이다.